'수하르토 트라우마'…인니, 군 출신 새 대통령 권위주의에 경악
군부 정치 영향력 확대…경찰 취재허가 등 언론자유 축소 정치 엘리트들도 우려…"막사로 돌아가라" 시민 항의시위
군부 정치 영향력 확대…경찰 취재허가 등 언론자유 축소
정치 엘리트들도 우려…"막사로 돌아가라" 시민 항의시위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도네시아에서 군인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집권한 지 6개월 만에 군부의 영향력은 커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되고 있다.
인권 단체는 과거 30년 동안 장기 집권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의 트라우마를 프라보워 행정부가 알지 못한다며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달 20일 본회의에서 군인 신분으로 근무할 수 있는 국가 기관을 현재 10곳에서 14곳으로 늘리는 군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푸안 마하라니 의회 의장은 "이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지만, 인권 단체는 이 개정안으로 군대 내 인권 침해를 법적으로 감시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보워 행정부의 군부 역할 확대는 인도네시아 정치 엘리트들의 우려도 낳고 있다.
과거에 정부와 군을 분리하는 개혁을 단행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군인이 정치에 참여하려면 사임하라"며 군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수천명이 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군대는) 막사로 돌아가라"는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AFP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옛 장인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30년 넘게 철권통치로 지배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면서 "(군법 개정안은) 군사 훈련과 관련된 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국가 기관) 14곳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행정부가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언론과 관련한 정책에서도 엿보인다.
최근 인도네시아 경찰은 국가경찰령 제3호를 발령하고 외국 기자나 연구원이 특정 장소에서 활동할 경우 '경찰 허가증'을 받도록 했다.
이후 정부 관계자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인권 단체는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기자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에는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판해온 인도네시아 유력 주간지 템포의 자카르타 사무실에 돼지머리와 함께 머리가 잘린 쥐 사체가 배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돼지머리를 배달받은 기자는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템포는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 재벌·정치인과 캄보디아의 도박 회사의 연결고리를 취재한 기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가 사이버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프란시스카 크리스티 로사나 기자는 "이 테러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취재를 중단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 단체 임파르시알의 아흐마드 부국장은 "수하르토의 독재 정권 시절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를 (프라보워) 정부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도 AFP에 "언론은 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저널리즘을 억압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민주주의도 마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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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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