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등장한 '공채 부활'…기업들 '수시 채용' 전환한 속사정

김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입 공채 제도는 과거 대기업 신규 입사의 등용문이었지만, 지금은 삼성을 제외한 많은 대기업이 제도를 폐지한 상태”라며 “30대 그룹의 신입사원 공채 장려 정책을 통해 청년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 공채 제도는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시점을 앞당기고, 채용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감면, 정부 사업 입찰시 가점 부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신입 공채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인력개발 세액공제 범위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공채 제도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채용에서 공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채용은 45.6%에서 48.3%, 상시채용은 14.6%에서 15.9%로 확대됐다. 수시채용은 특별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인력 수요가 생겼을 때 공고를 내는 방식이다. 상시채용은 홈페이지에 지원 창구를 열어놓고 상시적으로 지원을 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10대 그룹(농협 제외) 중에선 삼성·포스코·HD현대·신세계 등 4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시채용 체재로 전환한 상태다. LG그룹은 그룹 차원 채용 홈페이지(careers.lg)에 계열사 채용 공고를 모아서 올리지만, 특정 시기는 정하지 않고 있다. SK그룹 역시 수시로 자사 홈페이지(skcareers.com)에 계열사별 채용 공고를 올린다. 현대차그룹은 매 분기 초에 주요 계열사 공고를 모아서 올리는 방식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만, 채용하는 계열사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롯데·한화·GS 등 주요 그룹사도 계열사별 채용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와 달리 공채 제도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하기 어려운 채용 방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대외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인력 채용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공채로 한 번에 사람을 뽑으려면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공간을 마련하고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작 뽑아 놓으니 몇 달 새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 관세 정책이 하루 단위로 바뀌는 현실에선 필요한 부서에서 필요한 만큼 뽑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수시 채용의 장점도 있다. 다양한 시기에 채용 공고가 나오고, 원하는 직무에 맞춤형 준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693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63.5%가 공채채용보다 수시채용 선호한다고 밝혔는데,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고 지원이 가능해서(68.2%·복수응답)’라는 이유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외에 ‘필요하면 채용해 TO가 많을 것 같아서(33%)’ ‘스펙보다 직무 역량을 중점 평가할 것 같아서(32.3%)’‘직무별로 준비해야 할 점이 명확해서(31.6%)’‘전공 관련 직무 채용이 늘 것 같아서(19.1%)’‘체계적인 커리어 발전이 가능할 것 같아서(11.6%)’ 순으로 이어졌다.
정책적으로 대기업의 공채 복귀를 유도하기보단 일 경험 확대 등 본질적인 일자리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고성장 시기엔 공채를 통한 채용이 효율적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기엔 필요할 때 필요한 인원을 뽑을 수밖에 없다”며 “공채 시 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시장에서 제대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이 직무에 맞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일 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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