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편지 단신 처리한 北, 中행사 크게 보도…다시 밀착?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김일성 동지의 탄생 113돐(돌)에 즈음하여 중국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 경축 연회 마련’이란 제목으로 주중 대사관의 연회 소식을 전했다. 시기적으론 다소 늦었지만, 전날(19일) 신문이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의 김일성 생일 연회 소식은 3면에 배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러 대사관 연회를 유사한 비중으로 전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연회는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 주재로 열렸다. 중국 측에선 한국의 국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팽청화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중앙군사위원회와 외교·상무·국방·공안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대사는 “우리 조국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밑에 전면적 국가부흥 시대,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의 새 시대에 들어섰다”면서 “어버이 수령님께서 중국의 노(老)세대 혁명가들과 함께 조중 친선의 전통을 마련해주신 데” 대해 언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또 “중국 인민이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밑에 중화 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에서 성과들을 이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팽 부위원장은 “김일성 동지는 중조 친선의 창시자이자 수호자”라며 “올해는 조선(북한)노동당 창건 80돌이 되는 해로, 우리는 김정은 총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노동당의 영도 밑에 조선 인민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기쁘게 목격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지방발전 20X10정책’의 인도 밑에 지방 경제 건설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역점 사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신문이 지난 1월 1일 시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새해 연하장을 보도할 때와 다른 기조다. 당시 노동신문은 시 주석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으로만 지칭하며 베트남·몽골·타지키스탄·벨라루스 대통령 등과 묶어 3면에 단신으로 실었다.
하루 전인 12월 31일자 보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하장을 1면에 전문 게재하며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에 의도적 중국 홀대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중·러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국면 등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변화 등에 대비해 ‘새로운 뒷배’에 투자할 필요성도 작용했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내부적으로 올해 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어 북·중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반미 진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계산이 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김일성의 생일 관련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는 배경엔 주민들의 감정을 고려해 ‘선대 지우기’에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엔 김일성의 생일을 의미하는 ‘태양절’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올해엔 다시 등장했다. 대신 선대 관련 행사를 김정은의 성과와 정통성을 부각하는 용도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유정.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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