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샤넬·디올 제치고 '넘버1' 꿰찬 K뷰티…도쿄 시부야 홀렸다[비크닉]

지금 한국 화장품 산업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2억 달러(14조8800억원)로 사상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85억 달러 대비 20.6% 급성장한 결과다. 이 같은 호실적에 K-뷰티가 반도체·조선·자동차에 이어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이 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독특한 성분과 콘셉트로 중국 등 주로 아시아 시장을 호령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일본·유럽 등 화장품 주류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금이다. 비크닉이 지구촌을 매혹하고 있는 K-뷰티의 현재를 조명하고, 현재의 경쟁력을 만든 원동력을 돌아본다. 또한 지속 가능한 흥행을 위해 K-뷰티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지도 살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샤넬·랑콤의 프랑스 제친 한국…미·일 수입국 1위
②61년 전 에티오피아로 첫 수출… K-뷰티 헤리티지 만든 이 회사 [비크닉]
③K-뷰티는 카테고리 킬러?...‘넥스트-쿠션’ 나오려면


지난 2월 일본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열렸던 한국 화장품 브랜드 '헤라'의 팝업 스토어. 유지연 기자
지난 2월 20일 일본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 지하 1층. 에스티로더·샤넬·디올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시세이도·가네보·루나솔 등 일본 대형 화장품 브랜드가 도열한 가운데 낯익은 한국 브랜드 ‘헤라’의 팝업이 한창이었다. 행사는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21일까지 일본 백화점에서 열린 브랜드 팝업으로, 평일 이른 아침에도 일본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헤라는 지난 2023년 9월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한 후 현지에서 꾸준히 호평받고 있다. 특히 국내서 쿠션 부문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헤라의 블랙 쿠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블랙쿠션은 일본 진출 1년 만인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했다. 사용해본 이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쿠션 리필제품 판매는 지난해 10월 기준 두 달 만에 122%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본래 럭셔리 메이크업 시장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매출 변동이 크지 않은 카테고리다. 더구나 국내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럭셔리 시장에 진입해 성과를 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헤라 블랙 쿠션을 테스트해보는 이들이 많았다. 쿠션만큼 인기 있는 립 제품을 이용해 ‘서울발 트렌드 메이크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는 손님들도 이어졌다. 이날 시연 서비스를 한 신민수 헤라 전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사진을 들고 와 한국식 메이크업을 요청하는 일본 손님들이 꽤 있다”며 “퍼스널 컬러에 맞추거나, 피부 표현을 광이 나게 하는 법 등 전반적으로 한국식 메이크업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쓰코시 긴자 헤라 팝업 행사장 전경. 원하는 고객들에게 서울발 트렌드 메이크업 시연이 이뤄지고 있다. 유지연 기자

한국 화장품, 도쿄 리테일의 ‘킬러 콘텐트’
도쿄 도심의 길거리 화장품 멀티숍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은 이미 ‘주요 상품’이 됐다. 지난 2월 찾은 도쿄 시부야의 멀티숍 ‘마쓰모토 기요시 도켄자카점’은 들어서자마자 전면에 라네즈·티르티르·롬앤·에뛰드 등 한국 브랜드가 손님들을 맞이했다. 2층 색조 화장 섹션에서는 정샘물·데이지크·에스쁘아·힌스 등의 한국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시내의 화장품 멀티숍 '플라자'의 신상품 및 인기제품 코너. 한국 브랜드 제품으로만 구성돼 있다. 유지연 기자
인근의 쇼핑몰 ‘시부야109’ 지하 2층 ‘플라자’의 경우, 한국 브랜드 제품으로만 베스트셀러 매대를 구성해 전면 배치하는가 하면 ‘핫 나우(HOT NOW)’ 매대에서는 라네즈·퓌·티르티르·페리페라·토리든 등 한국 제품을 앞세우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트렌디한 상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정평이 난 ‘로프트’ 시부야 점 역시 한국 브랜드인 롬앤의 팝업 행사가 한창이었다. 화장품 본 매장인 2층에도 일본 내 브랜드, 해외 유명 브랜드와 함께 라네즈·이니스프리·토리든·티르티르 등 다양한 한국 브랜드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한국 브랜드들이 ‘K-뷰티’라는 항목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 자국 브랜드 및 해외 주요 브랜드와 자연스레 섞여 있으면서도 이들보다 비교적 ‘주요 위치’에 진열되어 있다. 한국 브랜드라고 딱히 구별되지 않을 만큼 이미 주류가 됐다는 방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니야마 노리코 도쿄 무역관은 “K-뷰티 제품 중 이미 일본 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온 유명 브랜드의 경우 한국 제품이라서 쓴다기보다, 브랜드가 유명해서 혹은 주변 사람들이 쓰니까 선택하는 식이 많다”며 “딱히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일본 대중에)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시내의 화장품 멀티숍 '마쓰모토 기요시' 매장 내부. 에스쁘아, 데이지크, 티르티르 등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가 전면에 진열돼 있다. 유지연 기자

K-뷰티 ‘제2의 물결’…. 주류 파고들다
최근 한국 화장품 산업의 호황은 ‘제2의 물결’로 표현된다. 2000년대 초반 원 브랜드숍 훈풍으로 국내 화장품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자,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본격적 글로벌 진출이 시작된다. 이른바 ‘K-뷰티 제1의 물결’이다. 이후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는 현재를 제2의 물결로 본다. 과거에는 특이한 성분과 독특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주류 시장에서 통용되는 품질과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래픽 박현아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은 화장품 수입국 1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수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4억517만 달러(2조 350억원)로 1위 자리를 지키던 프랑스를 웃돌았다. 일본에서는 2022년부터 3년째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래픽 박현아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14조7700억원)로 사상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20.6% 증가한 수치로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박종대 메리츠 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 ‘K-뷰티의 힘(2024.11)’에서 “2010년대의 중국 모멘텀(제2의 물결)과 달리 용기부터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유통과 무역까지 제대로 된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수출과 해외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를 제3의 물결로 본다”며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최고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시장의 확장 여력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박현아

美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석권한 K-뷰티
실제로 지난 2년간 미국에서 K-뷰티는 폭발적인 성장세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미주 지역 매출 성장세 역시 글로벌 뷰티 기업들의 성장세를 큰 차이로 압도했다. 2023년 기준 미주 지역에서 로레알이 9.7%, 에스티로더가 3% 성장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대비 2023년은 58%, 지난해에는 83% 성장했다. 라네즈·이니스프리 등 주력 브랜드는 지난해 12월 열린 아마존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BFCM)’ 행사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년 대비 라네즈는 127%, 설화수는 308%, 이니스프리는 70% 매출이 증가했다.

2023년 아모레퍼시픽에 편입된 코스알엑스의 주요 제품인 스네일 뮤신 세럼은 지난해 7월 열린 아마존의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뷰티&퍼스널 케어 제품으로 기록됐다. 또한 같은 행사에서 2위와 3위를 모두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립 글로이 밤과 립 슬리핑 마스크가 차지하는 등 상위권 석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고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아마존 온라인 쇼핑 행사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꾸준히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온 라네즈의 경우 미국 메이저 유통 채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12월 라네즈는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인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BFCM)’에서 전년 대비 127%나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대표 제품인 ‘립 글로이 밤’ ‘립 슬리핑 마스크’ 2개 제품이 립 밤 카테고리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으며, 뷰티 전체 카테고리인 뷰티앤퍼스널케어 부문에서도 각각 2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강지웅 아모레퍼시픽 미국 법인 전략팀장은 “현재 미국에서는 두 번째 K-뷰티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초기 K-뷰티가 합리적 가격과 새로운 성분으로 주목받았다면 현재는 좋은 품질과 높은 효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뷰티 유통사도 호황,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도 넘본다
아이허브 등 미국 내 온·오프라인 소매업체에 K-뷰티 제품들을 공급하는 유통 업체 실리콘투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실리콘투는 국내 브랜드사 제품을 직매입해 글로벌 유통망에 공급하는 형식으로 170개 이상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2015년 미국에 거점을 설립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고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스킨천사’ ‘아누아’ 등의 브랜드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실리콘투의 매출은 2020년 994억원에서 지난해 342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2020~2023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4%다. 증권업계선 올해 실리콘투의 매출이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2월 초 미국 대형 소매업체인 타겟에 들어선 K-뷰티 섹션. 사진 언락드브랜드
또한 최근 K-뷰티는 미국 온라인 실적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까지 파고들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첫 주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인 타겟(Target)의 1600여개 매장에 들어선 ‘K뷰티 섹션’이 대표적이다. 타겟은 총 매출의 약 30%를 뷰티·생활 필수품 카테고리가 차지하고 있는 주요 뷰티 리테일러다. 미국 내 한국 소비재 전문 유통사인 ‘언락드브랜드’가 주도한 이번 입점으로 ‘조선미녀’ ‘스킨천사’ ‘라운드랩’ ‘토리든’ ‘성분 에디터’ 등의 제품이 북미 소비자들을 상시로 만나게 됐다. 장성만 언락드브랜드 대표는 “미국 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K-뷰티는 하나의 큰 혁신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상태”라며 “각 브랜드의 히어로 아이템(주요 인기 상품)을 모아서 ‘K-뷰티 컬렉션’ 형태로 입점했고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지연([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