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도쿄올림픽과 오사카엑스포…미묘한 日지역감정
4년전 오사카서 올림픽 큰 관심 없어…지금은 도쿄서 엑스포 열기 안 느껴져 입장객 수 목표 달성 난망…한여름·폐막 무렵 방문은 피하면 좋을 듯
4년전 오사카서 올림픽 큰 관심 없어…지금은 도쿄서 엑스포 열기 안 느껴져
입장객 수 목표 달성 난망…한여름·폐막 무렵 방문은 피하면 좋을 듯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에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 2021년 봄날을 교토에서 보냈다. 올림픽은 본래 2020년 여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다.
올림픽 개막을 몇 달 앞두고 귀국하는 길에 택시를 탔다. 교토 도심에서 교토역까지 가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대부분 잊었으나, 지금도 기억하는 몇 마디가 있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지 않을까요. 여기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
실제로 오사카와 교토, 고베 등이 간사이 지역 주민들은 도쿄 올림픽에 시큰둥한 듯했다. 2021년 마쓰이 이치로 당시 오사카시 시장은 올림픽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2024년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중지해야 한다"라고도 요구했다.
반면 오사카는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홍보를 열심히 했다. 2020년 12월 오사카 시청 인근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엑스포 캐릭터인 '먀쿠먀쿠'와 '엑스포(EXPO) 2025' 문구가 있다.
이러한 태도 기저에는 간사이 지방과 도쿄가 속한 간토 지방 간에 존재한다는 지역감정이 미묘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사적으로 일본 수도는 오랫동안 간사이 지방에 있었지만, 1867년 메이지유신 직후 도쿄가 새 수도가 됐다.
오사카와 도쿄는 지금도 에스컬레이터에서 서 있는 방향이 다르고, 음식과 사람들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프로야구에서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오사카 인근 고시엔 구장이 본거지인 한신 타이거스 간 경기가 열리면 대단한 열기가 전해진다.
일부 간사이 지역 사람들의 무관심과는 상관없이 도쿄 올림픽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다만 관중 없이 경기를 치렀고, 폐막 이후 조직위원회 인사의 뇌물 수수와 조직위와 특정 업체 간 담합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어느덧 4년이 흘러 오사카 엑스포가 지난 13일 개막했다. 첫날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약 12만 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런데 상황은 4년 전과 정반대가 된 듯하다. 도쿄에서는 오사카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십중팔구는 굳이 엑스포를 보러 오사카에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도쿄 토박이인 지인에게 이유를 묻자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온라인으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람회장 근처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에 뒤지지 않는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도쿄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은 박람회장이 있는 인공섬 유메시마에 카지노를 포함한 통합형 리조트(IR)가 들어서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엑스포를 발판 삼아 돈을 벌려는 것이 오사카의 속내 같다고 주장했다.
리조트는 오는 24일 본격적으로 건설 공사가 시작되며, 개관 시점은 2030년 가을로 전망된다.
여기에 폐기물 매립지였던 특성상 나오는 메탄가스, 인공섬이라는 지리적 요인 탓에 떨어지는 접근성, 재해 발생 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 등 부정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엑스포 방문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2∼13일 2천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반드시 갈 것'은 4%, '아마 갈 것'은 8%에 불과했다. 반면 '아마 안 갈 것'과 '안 갈 것'은 합해서 87%였다.
조사 결과를 일본 인구 1억2천만 명에 적용하면 엑스포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1천440만 명이다. 주최 측이 목표로 잡은 국내 관람객 수인 2천470만 명의 58% 수준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본인만 하루 평균 13만4천 명이 입장해야 하는데, 14∼16일 외국인을 포함한 일반 관람객 수는 하루에 각각 5만 명 전후였다. 흥행에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셈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지역 사회가 바라는 만큼의 경제 효과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간 업체가 일본 기업 1천48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엑스포가 일본 경제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43.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오사카 엑스포는 가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 둘레 2㎞인 거대한 원형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을 산책하며 독특한 경관을 감상하고, 미래 기술을 미리 체험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다만 일본의 여름은 무덥고 엑스포는 보통 후반부에 관람객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한여름과 10월 13일 폐막 직전은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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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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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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