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세지는 파월 압박…두달뒤 한은 이창용도 수난시대?

트럼프는 1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파월 의장)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며 “만약 내가 그를 내보내라고 하면 그는 정말 빨리 그곳(Fed)에서 나갈 것(he‘ll be out of there)”라고 말했다.
전날 파월 의장은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이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로 무역 적자를 줄여 미국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의 구상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그러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파월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17일 6연속 금리 인하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존경하는 동료이자 친구인 파월 의장에게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중앙은행 총재들 간 꾸준하고 견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롱맨’ 정상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한 전례는 여러 번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이를 거부한 무라트 체틴카야 중앙은행 총재를 2019년 전격 해임했다. 같은 해 파텔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임기 중 돌연 사퇴했는데, 그는 경기 부양을 주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임기 내내 충돌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한은과 정부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2010년 초 기재부 차관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사문화됐던 ‘열석(列席)발언권’을 행사했다. 기준금리 심의ㆍ결정에 관여하는 건 아니라지만 회의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금통위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이성태 한은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 기준금리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이명박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당시 한은 총재를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가 잦았지만 바꾸진 않았다고 썼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이 논란이 됐다. 2014년 9월 최 부총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저녁 회동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금리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한은의 독립성은 타격을 입었다. 한은이 2014년 8월과 10월 금리를 내린 것도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 총재는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강하게 드러내 왔다. 가계부채 고삐가 느슨해질 때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면서다. 부동산값 폭등은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고 결국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이 총재도 머지않아 파월의 길을 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직전인 5월 말 금리를 내릴 경우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금리 수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폴 터커(전 영란은행 부총재)가 말한 대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 정치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며 “한국은행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