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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7인 체제…재판관 공석 없게 제도 개선해야



문형배·이미선 퇴임, 6개월째 소장 대행



임기연장이나 비상선출제 두는 나라도



헌법연구관과 교수 등 구성 다양화 필요

어제(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헌재는 지난 9일 마은혁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9인 완전체’가 된 지 불과 10일 만에 7인 체제가 됐다. 7인으로 사건 심리와 결정은 가능하지만 9인 체제와는 다르다. 위헌과 탄핵 심판의 정족수가 6명이기 때문이다. 만일 재판관 의견이 4대 3이나 5대 2로 갈리면 두 명이 모두 채워졌을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국가 중대사를 판단하는 헌재 재판관이 정원을 못 채운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17일 국회 선출 몫으로 임명된 이종석 헌재 소장, 김기영·이영진 재판관 세 사람이 퇴임하면서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헌재가 마비될 뻔했다. 세 사람 퇴임 전 7인 이상 출석해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재법의 효력을 스스로 정지하는 고육책까지 냈다. 헌재 소장 역시 6개월 동안 공석으로, 문 대행이 퇴임하면서 김형두 재판관이 대행을 맡았다.

원래 국회 몫 3명은 여야가 각각 1명, 다른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했지만, 지난해 12월 이 관례가 깨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세 명을 임명하지 않았고, 최근 재판관 두 명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대통령 몫의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헌재가 재판관 지명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후속 절차는 정지됐지만, 앞으로 이를 매끄럽게 정리하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이유는 공직자 탄핵 심판과 권한쟁의 심판이 빈발해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엔 상식과 관례로 이뤄졌는데, 이제는 헌법과 법률 문구 하나하나를 따지기 시작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이렇게 될수록 헌재의 판단이 중요하고, 각 정파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재판관을 임명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자칫하면 이렇게 임명된 재판관이 진영 논리를 추종하게 될 수 있다. 정치의 사법화가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각이 나기는 했지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선 정치 성향에 따라 의견이 4대 4로 갈려 우려를 자아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성향은 다를지언정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에 대해선 전원일치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헌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재판관 공석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독일은 후임 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으면 헌재 전원합의체가 다수결로 후보를 추천해 의회에서 선출하는 ‘비상추천제’를 두고 있다.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기가 끝난 재판관이 계속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고, 예비재판관을 정해두는 곳도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당리당략이나 당장의 유불리에 따라 제도를 바꾸지 말고, 폭넓은 합의에 기초해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재판관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간혹 임명되지만 절대다수는 판사 출신이다. 문 대행은 퇴임사에서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1987년 헌재 출범 이후 헌법연구관에서 재판관으로 임명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이를 통해 헌재의 숙고 기능을 제고하고, 헌법 재판의 수용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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