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우군확보 순방' 마쳐…동남아는 미중 사이서 '저울질'
베트남·말레이 이어 캄보디아 끝으로 순방 종료…'매력 공세' 강화 동남아, '패권주의 반대' 中메시지에 힘 실어…대미 협상도 동시 지속 "국기·MOU·'브로맨스' 많았지만, 실질적 내용은 많지 않을 것"
베트남·말레이 이어 캄보디아 끝으로 순방 종료…'매력 공세' 강화
동남아, '패권주의 반대' 中메시지에 힘 실어…대미 협상도 동시 지속
"국기·MOU·'브로맨스' 많았지만, 실질적 내용은 많지 않을 것"
(하노이·서울=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를 떠나 중국으로 귀국, 4박 5일간의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쳤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데 이어 15∼17일에는 말레이시아, 17∼18일에는 캄보디아를 각각 국빈 방문하며 올해 첫 해외 순방을 마무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역시 미국 고율 관세의 표적이 된 이들 3개국을 미국에 함께 맞설 '우군'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썼다.
이에 3개국은 '보호무역주의·패권주의 반대' 등 시 주석의 메시지에 동조하는 자세를 취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미국과 관세 협상도 계속 진행하는 등 실제 행동 면에서는 중국의 바람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 시 주석, 캄보디아 방문 마치고 귀국길
전날 캄보디아를 찾은 시 주석은 38년간 집권한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훈 마네트 총리 부자,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과 만나 미국을 겨냥한 '무역 전쟁·패권주의 반대' 행보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훈 센 전 총리에게 "무역전쟁은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세계 경제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밝혔다.
또 "역사는 다극화된 세계, 경제적 세계화, 문화적 다양성을 향한 멈출 수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면서 "일방주의·패권주의는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이 산업·농업·어업과 에너지·교통 등 핵심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 캄보디아가 중국의 발전 기회를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 외교부 장관·국방부 장관으로 구성되는 '2+2' 전략 대화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훈 센 전 총리도 중국과의 전략적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무역을 확대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된 캄보디아 내 대규모 사기 작업장 문제와 관련해 온라인이나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등 사기·도박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훈 마네트 총리와 회담에서는 새 시대 '전천후 중국-캄보디아 운명공동체'를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훈 센 전 총리가 직접 환송하는 가운데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 '우리는 트럼프와 달라'…시진핑, 동남아 상대 '매력 공세'
시 주석은 2023년 12월 베트남을 찾은 바 있으나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방문은 각각 9년, 12년 만이다.
그의 이번 동남아 3개국 국빈 방문은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지만, 트럼프 2기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진행되면서 미국에 함께 맞설 우군을 확보하려는 외교전의 최전선이 됐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내내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안정적 파트너이자 자유무역·다자주의 등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더는 신뢰할 수 없는 미국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베트남에서는 중국과 함께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반대하자"고 촉구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들 국가에 '선물'도 안겼다.
베트남과는 공급망 강화·철도 협력 관련 협정 등 45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고, 말레이시아와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신기술을 비롯해 경제, 무역,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31개 협정을 체결했다.
캄보디아와도 무역·투자·금융·수자원 등 분야의 37개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이 전방위 관세부과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긴 상태에서 시 주석의 이러한 '매력 공세'는 설득력을 얻었다. 90일간 유예되기는 했지만, 캄보디아는 49%, 베트남은 46%, 말레이시아는 24%의 고율 상호관세 표적이 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린 쿠옥 연구원은 "중국 당국자들은 그동안 미국이 유럽의 오랜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대하는 방식이 동남아 국가에 닥쳐올 미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조용히 이야기해왔는데 트럼프의 전방위 고율 관세 부과로 이런 메시지를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자오밍하오 중국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주변 지역에서 자국이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정책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신뢰성과 소프트파워에 해를 끼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동남아 3국, 중국엔 '립서비스'…대미 협상은 계속
동남아 3국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시 주석의 '보호무역주의·패권주의 반대'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냈다.
첫 순방국인 베트남은 시 주석 방문 직후 중국과 공동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하고 패권주의·일방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공동성명에서 "WTO 규칙에 위배되는 자의적 관세 인상을 포함한 일방적인 무역 제한 조치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훈 센 전 총리도 시 주석과 만남에서 무역·관세전쟁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고 국제 정세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는 또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썼다.
베트남에서는 이례적으로 르엉 끄엉 국가주석이 하노이 국제공항에 나가 도착하는 시 주석을 직접 영접했다. 캄보디아에서도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과 실권자 훈 센 전 총리가 공항까지 시 주석을 마중하는 등 예우를 다했다.
캄보디아는 또 최근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된 다수 대만인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이 아닌 중국에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날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캄보디아의 이런 문제 처리 방식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환영했다.
하지만 3개국은 시 주석에 동조한 표면적 메시지와 달리 행동 면에서는 대미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는 등 중국의 바람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베트남은 지난주 미국과 무역협정 협상 시작에 합의하면서 자국 관세 인하, 미국산 구매 확대 등을 약속했다.
특히 미국 요구에 응해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으로 들여와서 '베트남산'으로 생산국 표시만 바꿔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불법 환적, 이른바 '택갈이' 단속 강화에 착수했다.
말레이시아도 텡쿠 자프룰 아지즈 무역장관이 오는 24일 1박 2일간 미국을 방문, 미 무역대표부(USTR) 등과 만나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관영 통신 베르나마가 전했다.
텡쿠 자프룰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말레이시아가 미국 산업에 위협이 아니라 뒷받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꼽히는 캄보디아마저도 최근 훈 마네트 총리 명의로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산 19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하면서 무역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 순방과 관련해 캄보디아에 주재하는 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에 "많은 국기, 많은 업무협약(MOU), 그리고 많은 '브로맨스'가 있었지만 실질적 내용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진형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