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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내가" "방위비 2%는 부족"…韓에 던진 트럼프의 '화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담판에 앞선 동맹국과의 협상의 원칙을 우회적으로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다 손가락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 '돈'을 의미하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보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날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이 이끈 일본측과의 협상 이후 침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두 차례에 걸쳐 기자들과의 문답에 응했다. 상대국 정상을 앉혀 놓은 채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일장연설’ 동안 멜로니 총리는 머리를 움켜쥐는 등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은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다음 주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있다.



“듣기는 하겠지만…‘거래’는 내가 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을 하고 싶어하고, 솔직히 나보다 그들이 더 협상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무역 상대국들의 입장을) 듣고 공정하게 대할 것이고, 모든 국가와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뒤 진행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던 중 머리를 움켜쥐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뒤 진행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던 중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만약 그들이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협상할 것”이라며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we’re the one that sets the deal)이고, 그것이 우리(미국)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상대국의 입장을 경청하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본인의 입맛에 맞는 협상안에만 동의해주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말로 해석된다.

회담에 배석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빅(big) 15’ 경제국과 협상을 우선하고 있다”며 “일본과의 전날 회담은 환상적이었고, 유럽연합(EU)과도 통화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다음 주에 오고, 인도와도 대화 중인데 협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속한 협상을 재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협상의 규칙이 적용될 대상으로 사실상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국들을 지목한 셈이다.



“미국은 모두가 원하는 걸 가져…뭔지 알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과를 자신하는 배경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이나 다른 누구와도 협상을 하는데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어 기자들을 향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죠”라고 반문하며 “누구나 ‘크고 아름다운 백화점’에서 한 몫을 차지하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한 뒤 ‘들어와서 쇼핑하세요’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국이라는 백화점에서 판매를 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며 미국에 대응할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며 “아무도 우리와 경쟁할 순 없다”고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중국과 협상을 꾀하는 국가에 대해선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미국에 수출하려면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제시하고 나서 시장에 진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물고 사실상 대미 수출을 포기하란 의미”라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에는 치명적인 원칙”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미국과 광물 협정 체결 제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총리를 앉혀놓고 진행한 언론과의 문답의 상당 부분을 유럽 안보의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에 할애했다. 이에 대해 사실상 협상에 임하는 상대국에 요구할 협상 카드가 안보와 관련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대목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살인자에게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다"며 쏘아붙였다. 당시 회담은 대표적인 '외교 참사'로 평가된다. AF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광물협정과 관련한 의향서(MOI) 체결을 제안했다며 “24일에 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한 대가로 희토류 등에 관한 광물협정 체결을 요구해왔는데, 러시아와의 장기전으로 안보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가 결국 미국에 이권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젤렌스키는 최고로 훌륭한 일을 하지는 않았고, 나는 정말로 그의 팬(fan)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건 그의 발언이지 내 것이 아니다”며 “코멘트할 게 없다”고 했다.



“GDP의 2%? 결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관련 발언이 나오자 멜로니 총리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탈리아는)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2%로 올렸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GDP의 2%가 충분하냐’는 질문을 받자 즉각 “결코 충분하지 않다(Never enough)”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나토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가, 최근 들어 기준선을 5%로 높인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를 위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 역시 같은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무역과 관세 외의 다른 사안들도 함께 협의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원스톱 쇼핑’이라는 아름답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는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1조4000억원)의 10배에 달한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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