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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의 기일에, 제사 퍼포먼스 연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 4월 17일은 내가 죽은 날이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날아올랐다. "
시인 이상(1910~37)을 대신한 시인 김경주의 낭독, 진혼하듯 방울을 울린 원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이상의 연인 금홍으로 분해 전시장을 거닌 배우 심은우, 그리고 안상수는 오른손으로 즉흥 이미지를 그리고 왼손으로 이를 실시간 촬영해 전시장의 스크린에 띄웠다.

안상수는 1988년부터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린 인물사진을 찍었다. 그 1만 번째 시리즈로 자화상 '이상에의 유쾌한 최경례(最敬禮)'를 전시장 초입에 걸었다. 사진 이재용

안상수 개인전 ‘날개.이상: 홀려라.홀리리로다’가 17일 서울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개막했다. 시인 이상의 88주기 되는 날이다. 개막 전날 밤 ‘소릿제사’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상을 진혼하듯, 멜론과 레몬으로 제사상도 차렸다. 1937년 4월 17일 일본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스물일곱에 세상을 뜨면서 “센비키야(도쿄의 과일전문점)의 멜론이 먹고 싶어”라고 했던 이상을 기렸다. 아내 변동림의 회고가 있기 전까지 “레몬 향기를 맡고 싶소”로 와전됐다.

개막 퍼포먼스 중인 안상수. 2012년 홍대 교수 정년 퇴임 다음날부터 입기 시작한 점프슈트와 빨간 비니가 23년째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사진 박기수

'안상수체'(1985)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퍼 안상수는 오랫동안 이상에 홀려 있었다. 마흔 즈음부터 이상의 대표작 ‘날개’를 자호로 썼다. 전시엔 한글의 닿자와 민화 문자도를 결합한 ‘홀려라’ 시리즈, '생명평화무늬', 2002년 로댕갤러리(리움미술관의 전신) 개인전에 미술관 벽화로 첫선을 보였던 '알파에서 히읗까지', 이상의 실험시 '삼차각설계도'를 오마주하듯 X-Y 좌표 아래 한글 'ㅇ'을 반복 배열한 '날개.이상-백주궁.삼차각설계도' 등이 출품됐다.

전시장 초입에는 '이상에의 유쾌한 최경례(最敬禮)'를 걸었다. 한쪽 눈을 가린 채 이상에게 인사하는 안상수 자신의 모습이다. 손으로 한눈을 가린 인물 사진, '원 아이(one.eye)' 프로젝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1988년부터 만나는 이에게 이 포즈를 청해 사진 찍은 뒤 블로그( ssahn.com)에 올린 게 9999건이 쌓였다. 안상수는 "단순한 재미로 시작한 작업이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이미지들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냈다"며 "1만 번째는 자화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일목요연, 전시는 한쪽 눈을 가린 채 더 깊은 세상을 봐 온 안상수가 오랜 세월 꾸준히 홀린 것들 그 자체다.
안상수 개인전 ‘날개.이상: 홀려라.홀리리로다’의 개막 전야 퍼포먼스 ‘소릿제사’. 사진 박기수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상의 실패는 한국 문학사가 가져본 가장 철저하고 황홀한 실패였고, 그 덕분에 한국 문학사는 지난 백 년 동안 당당했다”며 “제 삶을 디자인한 이상을 디자인하면서, 안상수는, 나와 당신과 이 세계를 디자인한다”고 썼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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