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갱단 총기 공급처 된 미국…"슈퍼마켓처럼 쇼핑"
'건샤인州' 플로리다서 밀반입했다 적발…당국 단속 '느슨' 지적 나와
'건샤인州' 플로리다서 밀반입했다 적발…당국 단속 '느슨' 지적 나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원들이 미국 당국의 느슨한 단속을 틈타 총기류를 계속 밀반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지 마이애미해럴드에 따르면 아이티 경찰은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 출발한 선박 내 컨테이너에 대한 표적 수사를 통해 돌격 소총을 비롯한 각종 무기를 대거 적발했다.
선적 당시 미국에서 걸러지지 못한 해당 '불법 화물'은 음식과 옷가지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플로리다에서는 매주 약 200개의 컨테이너가 선박에 실려 아이티에 도착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런데 이 컨테이너 대다수는 정밀 검사 없이 선적되고 있다는 게 유엔 측 분석이다.
BBC는 "아이티에서 적발된 총기류의 반입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에서 아이티 북부 항구까지 약 1천200㎞를 이동했다"며 "총기류를 숨겼던 컨테이너는 포트로더데일 창고에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미 행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기 전까지 플로리다는 '건샤인'(Gunshine)이라고 불릴 정도로 총기 구입과 소지에 자유로운 지역이었다. '건샤인'은 총(Gun)과 일조량 풍부한 지역 별칭(Sunshine·햇볕)을 합성한 용어다.
BBC가 운송 데이터 플랫폼(CargoFax)에서 공유한 미국 세관 데이터를 활용해 4년간 미국∼아이티 배송 기록 수천 건을 대조했더니 26명이 286건의 의심스러운 컨테이너 수취인으로 지정돼 있었다고 한다.
이 컨테이너에 모두 무기류가 숨겨져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아이티 수취인 명단에 24번 이름을 올린 프로판 빅토르 전 국회의원은 무기 밀매 혐의로 지난 1월 체포된 바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지난해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AK47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소총, 기관총, 9㎜ 권총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총기류가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총기류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합법적 경로를 통해 취득한 것들을 포함해 50만정 안팎의 총기류가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정했다.
밀매업자들이 느슨한 단속을 악용하거나 뒷돈 거래 의혹 같은 부패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는 미국이 갱단 간 군비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현지에서 미국을 '슈퍼마켓'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출신인 빌 쿨먼은 BBC 인터뷰에서 "화물에 대한 검사는 매우 산발적인 상황에서 선적량은 엄청나다"며 "총기 딜러가 의심스러운 구매자를 신고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자발적 행동 강령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제 조직범죄에 대항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로맹 르쿠르는 "무엇보다도 미국 당국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진단받았고, 증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치료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이티에서는 극심한 폭력 사태에 지친 100만명 넘는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는 갱단 폭력으로 5천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2023년보다 약 1천명 더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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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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