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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혁신창업의 길] “웨어러블 로봇,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파트너 겸 보조자”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78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의장
하반신이 완전 마비된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있다. 맞은편, 두 다리만 달린 로봇이 뚜벅뚜벅 걸어온다. 남자가 휠체어를 굴려 로봇 뒤로 돌아갔다. 발을 끼워 넣는 것을 시작으로, 남자는 로봇과 한 몸이 되더니 이내 두 발로 일어서 걷기 시작했다. 잠시 의지하던 목발은 던져버렸다. 지난해 10월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로봇의 모습이다. 공상과학(SF)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탑승형 로봇을 연상케 하는 이 로봇의 이름은 ‘워크온슈트(WalkOn Suit) F1’.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연구팀을 이끈 이는 공경철(44)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다. 공 교수는 2017년 2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를 세우고,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며 존재감을 높여가더니,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진입하는 등 회사를 무섭게 성장시켰다. 10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다. 지난해 매출은 40억원을 갓 넘겼다. 올해는 주력 제품의 신규 모델 출시와 병원 네트워크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에 따라 매출의 급격한 증가세가 기대된다. 지난 7일 연구·개발(R&D) 센터인 플래닛대전 선행연구소에서 공 교수를 만났다. 건물 2층에는 그간 연구·개발해온 웨어러블 로봇 10여대가 진열돼 있었다.

석사 때부터 장착형 로봇 연구
의료·산업·방산용 개발 한창
세계 최초 임상 통한 효과 입증
“인간능력 재창조가 회사 비전”

국제 무대 수상 자신감으로 재창업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의장을 연구 개발(R&D) 센터인 플래닛대전 선행연구소에서 만났다. 본사는 서울, 공장은 하남에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Q : 언제, 왜 창업을 생각했나 ?
A : “일찍이 석사과정 때부터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했지만, 이후 교수가 되고서도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2014년에서야 막연하게 ‘창업을 하면 하고 싶은 연구개발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첫 창업을 감행했지만 조바심에 저지른 일이 성공할 리 없었다. 내 기술로 창업을 했는데 사업의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았으니, 투자자를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상황을 뒤집을 한 방이 필요했는데 2015년 국제사이보그올림픽, 일명 사이배슬론이 스위스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회사에 남은 대출금을 싹싹 긁어모아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다행히 첫 출전에 동메달을 땄다. 국제무대에 저희 기술을 알리고 돌아오니,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때마침 LG전자 임원진이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투자 확약까지 이르게 됐다. 사업의 전면에 나서야 할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졌다. 2017년 엔젤로보틱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창업하고 대표이사가 됐다.”


Q : LG전자가 지금도 협업 중인가.
A : “LG전자는 엔젤로보틱스의 초기 성장 단계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2대 주주로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한 로봇 기술 전반에 걸친 공동 연구, 기술 협업, 미래 방향성 공유 등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LG전자가 로봇을 미래 성장축의 핵심 분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십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 주력

Q : 제품군이 어떻게 되나
A : “엔젤로보틱스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국내외 최초의 임상 근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상용화하고 있다. 현재 두 가지 주력 제품군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첫째는 ‘엔젤렉스 M20’다. 3등급 의료기기로, 보행 재활을 위해 국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분야 120여 개 기관에 설치돼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9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해 뇌졸중 환자의 보행 기능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둘째는 최근 출시된 보행재활 보조 기기 ‘엔젤슈트 H10’이다.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되어 있다. 보다 경량화된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병원 재활 이후 일상 복귀까지의 연속성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외에도 산업용과 방위산업 쪽으로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


Q : 금메달을 딴 워크온슈트 F1은 멋지긴 한데,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워크온슈트 F1은 일상 보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니라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기술 데모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서킷에서 최고 속도를 겨루기 위해 설계된 F1 자동차로 골목길을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로봇이 외부 보조장치 없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빠르게 보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특히 자체 개발한 신체 균형 센서와 고도화된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목발 없이 보행 가능한 첫 번째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신재민 기자

산업화 단계 접어든 웨어러블 로봇

Q : 창업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A : “교수를 꿈꾸며 한창 공부하고 연구할 때엔 창업은 꿈도 꾸지 않았었는데, 막상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다 보니 오히려 이게 적성에 맞는 길이었나보다 싶을 정도로 신나고 재미있게 했다. 굳이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2014년 첫 창업 땐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2017년 대표이사로 다시 창업한 이후엔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어려웠다. 그렇지만 힘들만 하면 좋은 일들이 터지곤 해서, 피곤한 줄 모르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Q : 교수로서도 바쁠 텐데.
A :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에서는 기업가로서의 입장과 교수 또는 연구자로서의 입장이 모두 필요하다. 로봇산업이 기술적 초격차와 사업적 유효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일본의 사이버다인, 미국의 엑소바이오닉스 등 유명한 로봇 스타트업 회사들이 모두 교수창업 기업이다.”


Q : 앞으로의 비전은.
A : “웨어러블 로봇은 고령화 시대에는 일상 속 건강관리 파트너로, 저출산 사회에는 가사·육아 보조자로, 산업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신체 보호 장비로 확장 가능한, 다차원적 응용력을 가진 기술 플랫폼이다. 어느덧 웨어러블 로봇은 기술적인 주목을 넘어서 실제 시장에서 검증받고 산업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제품’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 더 나아가 인간의 능력을 재창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게 우리의 비전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
공경철 교수는 2024년 ‘올해의 KAIST인상’에 선정될 정도로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갖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엔젤로보틱스를 통해 상용화와 사업화를 직접 실현하고, 코스닥 상장까지 단숨에 이루어내며 로봇 분야 창업인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더불어 KAIST의 인재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주열 현대기술투자 투자본부장
엔젤로보틱스의 창업 초기에는 공경철 의장과 나동욱 이사가 공학기술과 의학기술의 융합을 이끌며 기술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상장 이후에는 글로벌 비지니스의 전문가인 조남민 대표와 함께 기술과 사업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독보적인 딥테크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고루 갖춘 기업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최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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