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카운터어택] 만원 관중의 빛과 그림자

KBO리그 티켓은 거의 전석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경기 일주일 전에 예매창이 열리는데, 요즘엔 돈을 조금 더 써야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전 구단이 기존에 판매하던 시즌권 외에 ‘선예매’가 가능한 유료 멤버십을 앞다퉈 출시했다. 시즌권이 ‘내 자리’를 하나 확보하는 거라면, 선예매권은 ‘남들보다 먼저 예매할 권리’를 사는 거다. 응원단석 앞이나 내야 테이블석처럼 인기 많은 자리는 선예매 때 거의 다 사라진다. 물론 이 멤버십도 수량이 제한돼 있다. 인기 구단은 1분도 안 돼 판매가 끝난다. ‘피케팅을 위한 피케팅’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셈이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은 평일 밤인데도 2만3650석이 가득 찼다.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티켓 예매 전쟁도 뜨겁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18/bf7a2af1-2c91-4027-9b6d-eb6db7c7b616.jpg)
이들이 좋은 자리에서 야구를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장판매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시야제한석이다. ‘판매 전 사전 고지’가 의무라 온라인으로는 팔 수 없는 티켓들이다. 이마저도 수량이 많지 않아 금방 동난다. 그러자 젊은 야구팬들이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일부러 표를 몇장 더 사서 팬 커뮤니티에 양도 글을 올렸다. 웃돈을 붙여 팔겠다는 게 아니다. 경기 당일 창구 앞에서 그냥 돌아서는 노년층 팬에게 “원가로 우선 양도하겠다”는 거다.
구단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다. ‘올드팬’이 많은 원년 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티켓을 따로 빼놨다. 전체 좌석 중 1%(약 220석)를 65세 이상 신분증 제시 고객에게 현장 판매했다. 호응이 워낙 좋아 올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KT 위즈는 경기도가 지원하는 ‘기회경기관람권’ 100장을 매 경기 현장판매로 내놓는다. 7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은 동반 1인까지 1000원에 표를 살 수 있다.
전국구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도 올해부터 동참했다. 내야와 외야 일부 좌석 입장권을 인터넷이 아닌 매표소에서 판다. 다만 KIA는 나이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는 노년층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라고 판단해서다. 좋은 취지였는데, 뜻밖의 부작용이 생겼다. KIA 관계자는 “이 소식을 듣고 암표상이 몰렸다. 그래서 현장판매분 수량을 공개하지 않고, 매 경기 유동적으로 조절한다”고 토로했다.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이들의 검은 손이 야구의 낭만에 얼룩을 남긴다.
배영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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