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대표' 박정민, 희극인 최양락에 장문 메시지·셀카 보낸 절실함 [현장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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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초, 연휘선 기자] "최양락 선배님도 떨고, 저도 떨었습니다". 배우 박정민이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위한 열정을 입증했다.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내가 책을 읽는 방법-내책방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 자리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주최로 마련돼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시작인 '첫 여름, 완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에 박정민이 무제 대표로 참석해 작품을 쓴 김금희 작가와 백인하 배우연구소 소장의 진행 아래 오디오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박정민이 지난 2019년 설립한 출판사 무제를 통해 선보이는 시각장애인 독자들을 위한 오디오북 프로젝트다. 앞서 '살리는 일'과 '자매일기'를 출판했던 무제는 세 번째 작품인 '첫 여름, 완주'를 통해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오디오북 취지에 걸맞게 '든는 소설'은 종이책 이후 오디오북이 나오는 기존의 출판업계 관행을 깨고 오히려 역순으로 오디오북을 먼저 선보인다. 더욱이 시각장애인 독자들을 상대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통해 우선 공급됐다. 이어 오는 28일 윌라를 통해 오디오북이 공개되고, 이어 오는 5월중 종이책으로도 일반 독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정작 박정민은 "사실 이런 북토크에 어떤 출판사의 대표가 나오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 굉장히 쑥스럽다"라며 멋쩍어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옆에서 도와드리는 역할로 작가님 말씀 듣고 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잘 부탁드린다"라며 무제의 대표로서 책임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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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는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북의 몇 장면들이 현장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첫 장면으로는 주인공 열매와 할아버지의 충청도 사투리 대화가 담겨 소소한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열매의 목소리로 배우 고민시,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코미디언 최양락의 목소리가 들려 놀라움을 자아냈다. 목소리가 지문처럼 유명한 스타들의 음성이 흡사 라디오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첫 여름, 완주'의 저자 김금희 작가는 지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너무 한낮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또한 젊은 작가상 대상, 신동엽 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 문학상 대상 등 한국문학 주요 상을 휩쓸며 동시대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포착해 왔다.
최양락의 찰떡같은 충청도 사투리에 김금희 작가는 "배우님들의 목소리로 새로운 인물이 살아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충청도 충청도 방언하면 최양락 선생님이 오리지널이니 나중에 오디오북 듣고 제가 고치기도 했다. '얼라리요?'라는 트레이드 마크를 제가 종이책에도 넣었다"라며 웃었다.
작가도 감탄할 정도로 한 명의 배우가 말하는 오디오북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박정민은 "작년 여름 정도였다. 작가님께 원고를 받아들고 읽는데 누구를 캐스팅을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부탁이다. 돈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제가 상상한 모든 배우들이 하나같이 다 좋은 마음으로 달려와서 도와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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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박정민을 가장 먼저 움직이게 만든 캐스팅은 바로 최양락이었다고. 박정민은 "관건은 할아버지, 최양락 선생님이었다. 이 것을 구현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은데 최양락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데 전혀 알 길이 없어서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그래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걸 준비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냐고. 바로 전화가 오셔서 '누구라고요?'라고 하시더라. 제가 '배우 박정민인데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그 문자가 너무 기니까 '배우 박정민이라고 합니다'를 안 보신 거였다"라고 말해 청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하시더라. 저는 선배님이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좋은 일인데 해야죠'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미안한데 사진 하나만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셀카를 찍어 보내드렸다. '아 너무 잘 봤다. '동주'도 잘 봤다, 이름하고 매칭이 안 됐다'라고 하시더라"라고 캐스팅 비화도 밝혀 웃음을 더했다.
박정민은 "최양락 선배님이 녹음을 제일 먼저 해주셨다. 출연 배우들 다 따로 녹음을 하셨다. 너무나 기가막히게 훌륭한 배우들이라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한번 더 고마움을 밝혔다. 이에 김금희 작가는 이러한 오디오북에 대해 "저는 사실 일부러 묻지 않았다. 결과를 듣고 '대표님 짱, 만세!' 이런 리액션을 했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니까. 그리고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물 포장 뜯고 싶었다. 최양락 선생님 녹음하실 때 떨린다고 하셨다는 건 기억 난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박정민은 "서로 떨었다. 저도 떨고 선배님은 '배우들이 녹음하는데 내가 못하면 어떡하나'라고 하면서 떠시더라. 그런데 추임새 같은 웃음소리는 선배님과 저랑 이야기나눌 때 나온 소리들을 썼다. 그 정도로 충청도 오리지널이었다"라고 감탄했다.
무제는 '배우' 박정민이 소외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설립한 출판사다. '살리는 일', '자매일기'에 이어 이번 '첫 여름, 완주'로 포문을 연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통해 문학의 감동을 활자뿐 아니라, 목소리로 전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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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김성락 기자.
연휘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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