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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故신해철 연기·고민시 섭외...'듣는 소설'에 진심인 출판사 대표 [종합](Oh!쎈 현장)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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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초, 연휘선 기자]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연기잘알' 배우 박정민이 출판사 무제 대표로 변신했다. 소외된 모든 것을 향해 끊임없이 둘러보고 들여다보기로 선언한 도전이 '듣는 소설'까지 이어졌다.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내가 책을 읽는 방법-내책방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 자리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주최로 마련됐다. 이에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의 오디오북 '첫 여름, 완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를 위해 박정민이 무제 대표로 참석해 작품을 쓴 김금희 작가와 백인하 배우연구소 소장의 진행 아래 오디오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여름, 완주'는 주인공 손열매가 자신의 돈을 들고 사라진 절친 고수미를 찾아 헤매다가, 수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며 수미의 엄마부터 이장, 옆집 중학생, 귀농한 배우, 재개발 빌런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디오북인 만큼 국립 장애인 도서관과 여러 재단, 복지관에 기증돼 장애인들이 먼저 독자이자 청자로 접하는 중이다.

저자 김금희 작가는 지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너무 한낮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또한 젊은 작가상 대상, 신동엽 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 문학상 대상 등 한국문학 주요 상을 휩쓸며 동시대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포착해 왔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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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무제는 지난 2019년 배우 박정민이 "소외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설립한 출판사다. '살리는 일', '자매일기'에 이어 이번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통해 문학의 감동을 활자뿐 아니라, 목소리로 전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박정민의 경험이 담겼다. 앞서 그는 몇 매체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 "저희 회사의 첫 책 '살리는 일'이 출간될 즈음 저희 아버지께서 시력을 잃으셨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들이 만든 첫 책을 보여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상심했고, 아버지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듣는 소설'이라는 것을 기획하게 됐다. 저희 아버지 같이 시력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 독서와 가장 멀리 떨어져 계신 분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고, 그 분들께 책을 선물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디오북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정민의 간절함을 알려주듯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북을 위해 그와 절친한 동료 연기자들이 나섰다. 영화 '밀수'에 함께 출연한 배우 고민시, 박준면, 염정아를 비롯해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에 함께 출연한 김준한과 임성재, 코미디언 최양락과 김의성, 배성우, 류현경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것이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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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공개된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북의 몇 장면들에서는 주인공 열매의 목소리를 연기한 고민시와 그의 할아버지인 최양락의 충청도 만담 같은 장면부터 여름날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고민시와 김도훈의 대화,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의 DJ 시절을 연상케 하는 박정민의 목소리까지 장내를 울렸다. 이 가운데 박정민은 김금희 작가와 함께 눈을 감고 오디오북에 집중하며 감상하기도 했다. 

흡사 라디오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캐스팅에 김금희 작가는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나 실감하게 됐다. 대체로 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오디오북을 통해 다가오니 내 안의 사람들이 새롭게 다가왔다"라며 생경함을 밝혔다.

또한 "제 작품이라는 것도 잊고 SNS에 명작이 나왔다고 자랑했다. 배우님들의 목소리로 새로운 인물이 살아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충청도 방언으로 쓰고, 충청도 방언하면 최양락 선생님이 오리지널이니 나중에 오디오북 듣고 제가 고치기도 했다. '얼라리요?'라는 트레이드 마크를 제가 종이책에도 넣었다"라고 말했다.

작가도 감탄할 정도로 한 명의 배우가 말하는 오디오북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오디오북. 박정민은 "작년 여름 정도였다. 작가님께 원고를 받아들고 읽는데 누구를 캐스팅을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부탁이다. 돈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제가 상상한 모든 배우들이 하나같이 다 좋은 마음으로 달려와서 도와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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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은데, 관건은 할아버지 최양락 선생님이었다. 이 것을 구현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은데 최양락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데 전혀 알 길이 없어서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그래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걸 준비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냐고. 바로 전화가 오셔서 '누구라고요?'라고 하시더라. 그 문자가 너무 기니까 '배우 박정민이라고 합니다'를 안 보신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정민은 "'그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하시더라. 저는 선배님이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좋은 일인데 해야죠'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미안한데 사진 하나만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셀카를 찍어 보내드렸다. '아 너무 잘 봤다. '동주'도 잘 봤다, 이름하고 매칭이 안 됐다'라고 하시더라. 녹음을 제일 먼저 해주셨다. 다 따로 녹음을 하셨다. 너무나 기가막히게 훌륭한 배우들이라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유쾌한 비화를 덧붙였다. 

김금희 작가는 이러한 오디오북에 대해 "저는 사실 일부러 묻지 않았다. 결과를 듣고 '대표님 짱, 만세!' 이런 리액션을 했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니까. 그리고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물 포장 뜯고 싶었다. 최양락 선생님 녹음하실 때 떨린다고 하셨다는 건 기억 난다."라며 웃었다. 이에 박정민은 "서로 떨었다. 저도 떨고 선배님은 '배우들이 녹음하는데 내가 못하면 어떡하나'라고 하면서 떠시더라. 그런데 추임새 같은 웃음소리는 선배님과 저랑 이야기나눌 때 나온 소리들을 썼다. 그 정도로 충청도 오리지널이었다"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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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인공 열매 역의 고민시에 대해서도 그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3~4번 와서 녹음을 해줬다. 그래서 연락을 못하겠다. 너무 고생만 시켰다. 책 나오면 결과물로 보답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깊은 고마움을 밝혔다. 

김금희 작가는 이에 "너무 잘해주셨다. 제가 두 번 정도 들었는데 나중엔 열매가 점점 단단해지고 자기 성장을 담은 떨림이 느껴졌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함께 공감했다. 

이어 박정민은 "들으면서 저는 이제는 고민시라는 배우가 혼자 주인공인 작품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가 디렉션을 줄 게 없었다. 제가 디렉션을 주면 오히려 안 좋아지더라. 나중에 듣고 민시가 처음에 했더니 더 좋았던 걸 많이 들었다. 배우는 배우다. 확실히 자기의 해석이 훌륭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화려한 캐스팅 만큼 작품은 창작 단계부터 '듣는 소설'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김금희 작가는 "글로 읽는 게 아니라 실제 귀로 듣는 소설이라는 걸 염두에 뒀다. '이 것도 소리로 할 수 있겠어, 박정민?'이라는 생각으로 썼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박정민은 "못한 것도 많다"라고 웃으며 '저희가 처음이라서 최대한 작가님이 써두신 것을 기조로 소리로 내보려 했다. 정말 없는 소리, 엉뚱한 소리가 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조금 날카롭게 표현하려고 하면 베드민턴 라켓 휘두르는 소리같이 상상하는 소리와 실제 소리가 다르더라. 그래서 엔지니어님이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저는 골라서 정리해서 쓰면 되는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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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효과음 외에 음악적 디테일도 챙겼다. 뮤지션 구름과 윤마치가 배경음과 OST 등을 작업한 것. 이에 이날 북콘서트에는 구름과 윤마치가 직접 참석해 아직 제목이 정해지기 전인 작품의 OST를 라이브로 첫 공개했다. 더불어 박정민이 윤마치를 알게 됐다는 'LOVE IS MAGIC'을 라이브로 선사해 박수를 받았다. 이에 박정민은 "구름, 윤마치라는 뮤지션 두 분이 음악으로 표현을 너무 잘해주셨다. 저희가 소리를 만들다 못찾은 건 음악에 기대야 했다. 작업실에 갔는데 음악이 필요했다. 작업실에서 뚝딱뚝딱 만드는데 천재란 이런 거라는 걸 그 때 알게 됐다"라고 화답했다. 

박정민이 직접 녹음에 임한 장면도 있었다. 바로 신해철이 생전 DJ로 활약했던 '고스트네이션' 장면을 박정민이 재연한 것. 박정민은 "녹음을 하다가 '이 역할은 진짜 부탁 못하겠다'라는 것들은 제가 했다. 욕심을 낸 것은 전혀 아니었다. 누군가 잘 해줄 친구들이 있을 텐데"라며 겸손을 표했고, 김금희 작가는 "초등학교 때 제가 처음으로 산 테이프가 신해철 가수의 것이었다. 제가 정말 좋아했다.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한 것들이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저의 마왕인 분이 생각 났다.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마왕의 목소리처럼 들리더라"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박정민은 "집에서 고스트네이션을 들으면서 말투를 따라해보려고 했다. 내용은 굉장히 알맹이는 따뜻한데 말투가 퉁명스럽다. 말끝도 약간 누군가가 들으면 퉁명스러운 느낌이 있다. 따라해볼까 하다가, 괜히 따라했다가 환상을 깰 수 있겠다 싶어서 최대한 안 따라해보려 했다"라고 털어놨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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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사실 이런 북토크에 어떤 출판사의 대표가 나오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 굉장히 쑥스럽다"라며 멋쩍어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옆에서 도와드리는 역할로 작가님 말씀 듣고 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잘 부탁드린다"라며 책임감을 보였다. 

그만큼 영화 배우인 박정민의 정체성이 작품에 담기기도 했다. 김금희 작가는 "영화배우가 책의 세계에 뛰어들어 용감하게 뭔가 해보려는 표류 직전의 상태를 바라보는 고마움과 미안함에서 출발했다. 또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져서 연기를 할거라 생각해보니 일종의 작은 자기 구원들을 챙겨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성우로 손열매의 직업을 준 것도 성우가 어떤 면에서 영화배우, 작가들과 격조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창조하고, 창조 속에서 살아가는, 이게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고, 오디오북으로 먼저 들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이 퍼지는 것처럼 처음엔 목적성을 가진 글쓰기라 생각했는데 친교적 조력 대상들이 넓어져서 목적성이 사라진 글쓰기가 된 것 같더라. 저한테는 정말 좋은 작업이었다"라고 말해 울림을 남겼다. 

박정민은 "제가 작년에 오디오북을 만들어야겠다고 스타트한 게 8월즘이었다. '내가 이걸 완주할 수 있을까?' 이 생각만 계속했다. 12월 초에 돌아왔는데 해외 촬영을 100일 정도 가 있어야 했다. 어떤 부분은 빨리 해놔야 하고, 어떤 부분은 뒤에 와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주저하다가 많은 걸 못해놓고 떠났다. 거의 녹음만 다 해두고 떠났다. 엔지니어한테 이런저런 주문을 하고 받아서 듣고, 음악을 보내고, 결국 이렇게 만들어지고 장애인도서관에 납품하기 전날 밤까지 수정했다. 세상의 모든 감독님들을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됐다. 다 만들도 보여주기 직전, 떠나보내는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 그 때까지도 '내가 과연 이걸 완주한 것인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 마음로 8개월 일한 것 같다"라고 고백하며 허심탄회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서 요즘 제가 완주마을이 허구의 공간인데, 완주마을스러운 곳을 주말마다 엄청 찾아다닌다.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가 완주마을 같고, 저기가 더 완주마을 같고, 굉장히 바쁘지만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비슷한 산을 찾아 일출을 찍겠다고 새벽 4시 반에 출발했다. 깜깜한 산에 갑자기 우박이, 조난당할 뻔했다. '첫 여름, 완주'인데 산이 '첫 겨울'이었다. 아무것도 못 건지고 내려왔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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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현재 박정민은 '듣는 소설' 프로젝트에 몰두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서열풍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은 독서문화 소외자로 남아있어야 했다. 이들의 오디오북 이용률이 80%에 이르지만 그 제작에는 제약이 많은 현실. 이에 대체 독서 자료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의지와 무제 대표로서 '듣는 소설'을 추진한 박정민의 취지가 맞물려 이날의 북토크가 성사된 것이다.

실제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종이책 먼저, 오디오북은 나중으로 통하는 출판업게의 관행마저 역순으로 따른다. 시각장애인들을 첫 독자이자 청자로 만나고 싶었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먼저 '첫 여름, 완주'가 공개됐고, 정식 오디오북 공개는 오는 28일부터 이뤄진다. 이후 오는 5월 중 종이책으로 일반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 대해 박정민은 "사실 이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 과연 여기 계신 시각장애인 독자, 장애인 독자 분들께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저는 모르겠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선물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했다. '첫 여름, 완주'가 나왔고 듣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이 자리에서 여쭤보고 싶었다. 계속 이어가고 싶다. 도서관에서도 장애인 독서문화 개선에 힘을 써주고 계신다. 저희도 그런 취지로 제작한 시리즈다.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데 발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계속해서 공부해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되감기, 구간 반복 재생 등 이용자로서 편의성 개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조금 더 잘해보겠다.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작가님 훌륭한 글을 최대한으로 표현해드리는 것도 저희 임무이고, 또 한 편으로는 이 형식이 시각장애인 분들에 맞게 들려드리는 것도 저희 임무라 저희가 고민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 어쨌든 이번에 이렇게도 , 저렇게도 해결해보면서 어떤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 만약 허락해주신다면 듣는 소설이 아닌 또 다른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최대한 선물해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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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저도 정답을 모르겠다. 제가 이 책을 기획할 때 첫 마음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누구보다 먼저 책을 받아볼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책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저희 책의 첫 독자로"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박수세례에 "칭찬 받으려는 게 아니었다"라며 손사래를 친 박정민은 "종이책을 나중에 인쇄를 하려고 했다. 한 달 정도 먼저 들으시고, 어딘가 독서토론 동아리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여러분들이 먼저 많이 즐기신 다음에 기자님들 즐기실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해본 거다. 이 방법이 마음에 드신다면 고수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노력을 해보겠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부끄러워하는 박정민을 향해 김금희 작가는 "이런 형식이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된 좋은 기획"이라고 거들었다. 

그런 박정민이 아버지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도 있었을까.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 촬영도 마치고 현재 무제 대표로서 몰두하고 있는 박정민은 "제가 두 달 동안 책을 한권도 못 읽었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한다. 그래서 책을 못 읽고 있다. 출판사 대표로서 정말 부끄럽다"라며 멋쩍어 했고, 그러면서도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희곡이 있다. ‘로봇’이라는 희곡인데,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희곡이다. 카렐 차페크의 작품이다. 대본 형식으로 돼 있다.  요새 AI가 너무 발전해서 나오는 맹점들이 있지 않나. 그 작품은 100년 가까이 된 책인데 요즘 나오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걸 읽어드리면 아버지가 안 좋아하실 것 같긴 하지만 읽어봐드리고 싶다"라며 웃었다. 

더불어 그는 "사실 오디오북 은 연출자의 마음으로 녹음해야 했다. 배우는 아무리 착해도 제멋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예술가로 표현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그걸 연출자가 자신의 길 안에 들어가게 넣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엔 배우들이 오셔서 연기를 해주셨고, 저는 스튜디오 밖에서 연출을 하는 입장이었다"라며 "그런 게 이 배우들이 여기에 와서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셨고, 연기를 해주셨으니까, 이 배우들이 참 빛났으면 좋겠다. 이 배우들의 연기가. 그래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제가 촬영장에 가서 무언가를 할 때 감독님들 마음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연기를 하고 어떤 걸 할 때 감독님이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여기서 잘해서 더 빛나고 성장하는 영화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더라"라고 배우로서도 느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박정민은 "제가 본업을 잠시 쉬고 있지만 촬영장에 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또 한단계 발전해서 방법을 모색해야겠더라. 그런 생각을 한다"라며 "저 또한 저희 책을 처음으로 완주해주신 분들을 처음으로 만나서 감회가 새롭다. 이 자리 함께 해주신 것 만으로도 처음과 다른 느낌이다. 저희 출판사 무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출판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환영하고 반겨만 주신다면 언제든 좋은 콘텐츠를 갖고 참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email protected]

[사진] OSEN 김성락 기자.


연휘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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