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판에 한밤 긴급회의…허찔린 日 "이달 다시 협상"
일본이 공들여온 ‘트럼프 관세 협상’ 첫 라운드가 끝났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8) 일본 총리를 대신해 협상에 나섰던 측근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64)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달 중 협의 재개”라는 일정표를 받아들고 귀국하게 됐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조기 합의와 양국 정상의 공동 발표를 목표로 한다는 카드를 얻었지만 이시바 총리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주둔비 등 미·일 안보와 관련해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있던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 참여” 의지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도 내비치자 이시바 총리는 공저로 관료들을 불러모아 ‘상정 밖 상황’에 한밤 회의를 열었다. 아카자와 협상팀에 방위성 관료가 동행하지 않은 점도 일본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참석에 사실상 첫 협상 대면식은 백악관이 됐다. 아카자와 협상팀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50분에 걸쳐 면담했는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후 “큰 진전(big progress)”이란 평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일본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에게 자신의 선거 구호였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붉은색 모자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방위비 분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이때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을 시작으로 미국만이 일본의 방위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불공평’하다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반복해 언급했다.

곧이어 개최된 본 협상은 75분간 이뤄졌는데 이 자리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은 협상에서 환율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의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협상이 끝나자 조기 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방미(訪美)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쉬운 협의는 되지 않겠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협의가 됐다”는 긍정 평가도 남겼다. 반면 야당은 이시바 총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을 언급하며 “역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담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톱이 과감한 결단으로 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자세”라며 “일본도 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장 등판이 미국의 초조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낮은(格下)의 장관급 아카자와 협상팀을 직접 만난 데엔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다. 90일간의 짧은 관세 유예기간 내에 미국이 우위인 상황에서 딜(거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관세에 직접 관련한 통상문제에 한하지 않고, 미국 측이 불만을 품고 있는 사안은 뭐든 의제가 될 수 있다는 향후 교섭 ‘양식’을 각국에 보여줘 조기 합의에 응하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일본 재무성은 3월 기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가 전년 동월 대비 14.3% 증가한 8470억엔(약 8조421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3개월 연속 증가세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지속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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