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자로 종주국에 원자로 판다…66년만에 역수출 쾌거 [팩플]

한국이 원자력 기술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설계를 수출한다. 미국의 도움으로 연구로를 들여온 지 66년 만에 역수출에 성공했다. 정부는 “민감 국가 지정에도 한미 과학기술 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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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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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수출하나

미주리대가 건설하기로 한 차세대 연구로의 초기 설계를 수출한다. 연구로 건설은 통상 건설부지 조건·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초기 설계(1단계)를 한 뒤 2단계인 개념설계·기본설계, 3단계 인허가 획득 및 건설 과정을 거친다. 컨소시엄을 이끈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단계 초기 설계 계약 규모는 약 1000만 달러(약 141억원)이고, 후속 단계까지 연속 수주가 유력한 만큼 향후 계약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주리대는 미국 내 연구로 중 최대 규모인 10메가와트(㎿)급 연구로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로와 달리,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해 의료용 신물질을 생산하거나 연구를 진행한다. 미주리대는 연구로를 통해 주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방사선을 방출하는 불안정한 원자핵을 가진 동위원소)를 생산해 미국 전역 병원에 암 치료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번에 20㎿급 차세대 원자로를 추가 설치해, 기존 시설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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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야

이번 수출 계약은 한국 원자력 기술을 원전 종주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미국 지원으로 시작한 한국 원자력 연구가 지속적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미국에 역수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 개발은 1959년 미국으로부터 0.1㎿급 연구로 ‘트리가 마크-2’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1995년 30㎿급 연구로 ‘하나로’를 자력으로 만들었고, 현재 부산 기장군에 신형 연구로를 건설하고 있다. 한국은 독자적으로 연구로를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대부터 말레이시아와 요르단,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등에 연구로 관련 기술을 수출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임 부원장은 “미국 뉴스케일, 아르헨티나 인밥 등 총 7개 컨소시엄 또는 개별 업체가 경쟁했는데,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등 기술력과 그간의 사업 수행 경험이 입찰 성공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효력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체결됐다. 미국은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를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해 연구 협력, 기술 공유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창윤 차관은 “이번 계약은 민감국가 지정 이후에도 한·미 간 과학기술 동맹 관계가 훼손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기존 입장을 실질적·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라며 “민감국가 관련 범정부적으로 지정 해제를 위한 교섭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출 계약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주한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민감국가 지정이 발효된 지난 15일 이후에도 연구원은 DOE 산하 연구소와 양해각서 체결, 연구로 수출 계약 체결 등을 진행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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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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