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협상서 참고할 '힌트' 숨겼다…'죄수의 딜레마' 빠진 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략이 드러났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안에 주요국들과 협상을 끝내겠다는 것은 사실상 협상 당사국 간의 공동 대응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한 채 진행하는 ‘각개격파’인 셈이다.
한국은 다음주 미국과 협상한다.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주요국들과 함께 관세 폭탄과 안보 비용 청구서를 모두 제시받는 등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이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먼저 ‘매’ 맞은 일본…한국 참고할 ‘힌트’ 숨겼다
알려진 내용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75분 협상을 했고, 협상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50분간 면담했다는 것 정도다. 이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무역 관련 일본 대표단을 방금 만나 큰 영광이었다. 큰 진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확인됐다.

일본은 당초 이날 협상이 양측의 이견을 확인하고 협상의 범위를 좁히는 의미의 ‘킥오프(kick off)’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방문단에 방위성 관계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이 미국을 떠난 이후 돌연 ‘군사지원 비용’을 의제로 올렸고, 협상장에도 직접 나오겠다고 하면서 일본은 16일 밤 부랴부랴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
트럼프, 일본에도 ‘원스톱 쇼핑’ 패키지 올린 듯

이후 교도통신은 “미국측이 일본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언급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방위성 관계자 없이 협상에 임한 일본으로선 ‘허’를 찔린 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선물했다. 동맹국과의 협상에서도 오로지 미국인만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도발적 통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
트럼프의 ‘이간질’ 전략…“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과거엔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끼리 개별 협상에 앞서 ‘최소한의 마지노선’ 정도는 미리 공유했지만, 이번엔 아무런 사전 소통이 없다”며 “심지어 이날 협상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트럼프가 당사국들을 재촉하며 극단적인 이간질 이후 각개격파 형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공동전선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 졌다”고 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일본, 유럽, 캐나다 등과 반미 스크럼을 짰다가 우리만 ‘의리’를 지키려다 트럼프에게 찍히는 경우를 상상해보라”며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참전’은 위험에 빠졌다는 시그널”

A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첫 협상에 참석한 것에 대해 “관세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트럼프가 협상장에 나타난 것은 미국인들에게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큰 위험으로 인식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기록적인 주가 하락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에 빠져 있다. 특히 쉽게 굴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이날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지만,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재차 밝혔다.
관세 논란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취임 직후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