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통계와 40배 차이"…文정부, 집값 오르면 숫자부터 만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통계를 건드렸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2017년 6월 정책 설계의 정교성을 높이겠다며 국토부에 이례적 지시를 내렸다.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확정치(7일간 조사 다음 날 발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결과)와 속보치(7일간 조사 직후 결과)를 추가로 조사해 사전에 보고해 달라고 했다. 공표 전 통계 유출은 왜곡 우려 때문에 통계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정부 주요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압박은 거세졌다. 2018년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 공개 뒤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8·27 대책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정책 효과를 미리 통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행정관 A씨가 2018년 8월 말~9월 초 부동산원 처장 B씨 집까지 찾아가 “나도 힘들지만, 부동산원이 협조를 해야 한다”고 부탁했고, 그 주 서울 매매 변동률은 0.67%→0.45%로 조정됐다.

조작이 일상화되며 윗선은 거침이 없어졌다. 부동산원이 6월 말 변동률을 다시 보합으로 전환하자 국토부 C과장은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고, C과장 상사인 국토부 D실장은 그해 8월 김학규 당시 부동산원장에게 “사표 내시지요”라고 사퇴를 종용했다. 일주일 뒤 국토부 차관 E씨도 “당신과 정부 부동산 정책은 맞지 않는다”고 김 전 원장을 질타했다. 2019년 11월 부동산원 노조의 제보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부동산원 연락을 조심하라”고 국토부에 경고했지만, 이를 보고받은 김 전 장관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잘하라”며 묵인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전 장관의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한국감정원 통계로 11% 올랐다”고 한 발언은 여론에 불을 끼얹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상승률은 11%가 아닌 52%”라고 반박하자, 당시 코너에 몰렸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고 국토부를 질책했다. 그 뒤 부동산원은 그해 8~10월 두 달간 서울 매매 변동률을 0.01%로 고정했다. 당시 민간 통계 상승률과 20배에서 최대 40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였다. 정권 후반부인 2021년 6월 국토부 직원 카카오톡 대화방에 “차관님 생각은 이 정권의 명운이 부동산원 조사에 달려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포럼 사의재’는 이날 감사원의 국가통계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헌법기관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의 수사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감사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확한 시장 상황과 정책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인데 이런 일체의 노력이 통계조작의 의도로 이뤄진 것처럼 상상 속의 소설을 창작해 냈다”고 비판했다.
박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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