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엘살바도르로 잘못 추방된 합법체류자 두고 정쟁 격화
엘살바도르, 美상원의원의 피해자 석방·접견 요구 거절 이민정책 여론전 가열…트럼프 법원 무시에 헌정위기 비판도
엘살바도르, 美상원의원의 피해자 석방·접견 요구 거절
이민정책 여론전 가열…트럼프 법원 무시에 헌정위기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 집행 과정에서 엘살바도르로 잘못 추방된 합법체류자를 두고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이 악화하고 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미국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29)에 대한 자신의 석방 요구가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홀런 의원은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찾아가 면담하거나 전화로 통화하겠다는 요구까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3월 12일 체포돼 모국인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뒤 인권 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시설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수감됐다.
그는 10여년 전 엘살바도르 범죄집단의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달아나 2019년 미국 법원에서 보호 지위를 얻어 메릴랜드에 합법 체류해왔다.
미국 연방 법원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추방에 행정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고 연방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 그의 귀환을 지원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엘살바도르 정부도 거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밴 홀런 의원은 펠릭스 울로아 엘살바도르 부통령을 만나 아브레고 가르시아에게 전과나 갱단 가입 같은 추방 사유가 없다고 밝혔으나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테러범수용센터에 감금하는 데 드는 돈을 엘살바도르 정부에 주고 있다는 게 답변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토끼몰이식 급습을 통해 체포된 뒤 추방되는 범죄자들을 감금할 명목으로 엘살바도르 정부에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엘살바도르의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만나 "환상적인 일을 했다"며 추방된 불법 체류자 수용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추방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외면하면서 강경한 이민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엘살바도르 출신 범죄자에게 가족을 잃은 메릴랜드 거주자 패티 모린을 기자회견에 데리고 나와 울분을 토하도록 했다.
모린의 딸은 세 차례 추방당했다 돌아온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에게 2023년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으나 이는 아브레고 가르시아와 상관이 없는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미국이 헌정질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밴 홀런 의원은 "거기서 독재까지 먼 길이 아니다"며 사법부 무시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를 나무랐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아브레고 가르시아 때문에 엘살바도르를 찾는 의원이 있으나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정책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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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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