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각오한 中…"환상 대신 투쟁" 마오쩌둥 앞세워 트럼프 공략 [르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발 145%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이 신음하고 있다. 수출 보릿고개를 맞아 생산은 멈췄고 민관이 내수 전환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6일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 만난 욕조 제조업체 허리롄(何麗蓮)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공장 한쪽에는 선적이 막힌 완제품이 포장도 못 한 채 쌓여있었다. 공장 한쪽에는 선적이 막힌 욕조 완제품이 포장도 못 한 채 쌓여있었다. “관세 전쟁 초반에는 바이어와 관세를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는데, 지금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며 “옛날이라면 동남아로 우회무역을 고려했겠지만, 지금은 자포자기하고 추이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인근 사업장 모두 지도자의 담판만 기대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 찾아간 포산시의 가구업체 관계자 역시 “매장을 찾아오는 미국 바이어가 관세전쟁 이전과 비교해 45% 줄었다”며 “유럽·호주 고객으로 수출선을 돌리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산시에서 자동차로 40분 떨어진 광저우시에는 미국에 초저가 상품들을 수출하는 '쉬인'의 입점 업체와 제조공장들이 모여있는 '쉬인빌리지'가 있다. 이곳도 수출 취소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최근 “수출 취소 등으로 이곳 공장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크게 줄었고, 수출길이 막힐 경우 대규모 실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쇼핑몰 지하 2층 특설 매장 입구에는 “수출 우수상품 중화행”이라는 행사 현수막이 보였다. 푸젠 장저우에서 왔다는 가공식품 업체 상인은 “무차별 관세 전쟁은 미국의 횡포”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같은 소상인”이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전날 리창(李强) 총리와 인리(尹力) 베이징 당서기가 이곳을 직접 찾아 상인을 격려하면서 수출 기업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리 총리는 “현재 외부 환경의 심각한 변화가 대외 수출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인정하면서도 “해외 무역 우수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OEM 방식의 수출에서 자체 브랜드로 중국 내수를 공략하라는 지침이다.

미국과 장기전을 각오한 중국은 마오쩌둥을 앞세워 트럼프를 공략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베이징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이번 미·중 무역분쟁에 5년 전 1차 무역 전쟁 당시의 ‘32자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즉 “환상을 버리고 투쟁을 준비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감을 키우며, 마지노선을 지키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문제에 집중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丟掉幻想 準備鬥爭; 保持定力 增強信心; 堅持底線 靈活應對; 聚焦問題 補上短板)”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환상을 버리고 투쟁을 준비하라”는 지난 1949년 마오쩌둥이 당시 미국 정책을 담은 기고문 제목이다. 이 관계자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단점을 메우라’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사항”이라며 “중국은 관세전쟁을 장기전으로 인식하면서 경제 구조의 약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중국은 베이징에서 재외공관장 회의를 열고 “과감한 투쟁”을 주문했다. 매년 여름 휴가 기간에 개최했던 회의를 앞당길 정도로 이번 미·중 충돌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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