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동 걸린 헌법재판관 지명, 한 대행이 철회해 결자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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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완규·함상훈 지명 관련 가처분 신청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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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권 시비…대선 앞두고 정치적 논란 자초 피해야
헌재 재판관 정원은 9인이지만 내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 당분간 7인 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한 대행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를 신속히 결정해 헌재 구성의 공백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헌재의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헌재가 가급적 결원 없이 9인 체제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기관 구성에 대한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까지 행사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한 대행 측은 “후보자 발표만 했을 뿐 지명·임명한 것은 아니므로 가처분 신청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라도 한 대행은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위헌 소지가 있는 임명권 행사로 정치·사회적 논란을 키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물론 가처분 신청 인용이 헌재의 최종 결정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는 것이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다. 한 대행은 헌재의 본안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신속한 지명 철회로 국론 분열과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한 대행에겐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가뜩이나 대선 출마설로 정치적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건 한 대행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경제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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