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잦은 싱크홀 사고, 지하 공간 난개발의 후폭풍

문제는 도시 거주자라면 언제든 누구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대형 싱크홀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서울·경기·부산 사례들은 모두 지하 굴착공사와 관련이 있다. 터널 공사의 막장 상부 또는 개착 공사 인접도로에서 발생했다.
지하 굴착 공사장 인근 사고 빈발
지표 2m 아래 지하 확인 어려워
토목공사는 지질 특성 고려해야
지표 2m 아래 지하 확인 어려워
토목공사는 지질 특성 고려해야

예컨대 지난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지하 11m 깊이에 직경 7m 터널을 굴착하는 서울도시철도 9호선 연장 공사장에서 터널 막장의 바로 상부 도로에 싱크홀(직경 20m, 깊이 18m)이 생겨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빠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경상을 당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지표면 아래 20m 깊이까지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개착식 지하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최근 2년간 14차례 연속으로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제시하는 ‘지표투과 레이더(GPR)’ 탐사는 지표면 아래 2m 깊이까지 공동(空洞)만 확인할 수 있다. 더 깊은 굴착공사에 의한 대형 싱크홀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대형 싱크홀은 왜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고,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근본적 예방이 가능하다.
첫째, 지질특성에 맞는 토목공사가 중요하다. 각 지역의 지질 분포와 암종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을 예로 들면 변성암(서울 면적의 64%)과 화성암(36%)이 분포한다. 지하의 열·압력과 구조적인 운동에 따른 변성 작용으로 형성된 변성암은 화성암보다 지질이 복잡하고 취약한 단층파쇄대(斷層破碎帶)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 파쇄대에는 지하수가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깊은 땅속까지 풍화와 열수 변질이 심하다. 불투수층인 단층점토가 발달해 잘 미끄러지며 불규칙한 지하수 분포로 터널 공사 중에 붕괴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조사·설계·시공 단계에서 이런 특징을 잘 고려해야 한다.
1991~92년 서울 지하철공사 중에 5차례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었는데, 모두 변성암에서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단층파쇄대와 관련이 있었다. 최근의 서울 연희동과 명일동 사고, 광명시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모두 변성암 지질이다. 취약한 토사와 풍화암이 국부적으로 깊게 발달한 공통점으로 볼 때 이들 지역 모두 불규칙하게 분포하는 불량한 암질인 단층파쇄대로 의심된다.

둘째, 터널 설계와 국내 시공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도심지 터널 공사를 설계할 때 계획 노선을 따라 약 100m 간격으로 시추 조사를 수행하지만, 그 사이의 지질 상태는 추정 설계한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터널 공사 때 지질 전문가가 감리업체와 시공업체에 상시 근무하면서 터널 막장 지질상태를 확인하고 수시로 적합한 보강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변성암 지역에서는 더욱 경험 많은 지질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터널 막장에 대한 지질 조사를 외주 계측 기술자가 계측과 함께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선해야 한다.
셋째, 지금의 구조로는 대형 싱크홀을 막기 어렵다. 한국의 토목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설계와 시공시 지질 조사가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고, 공사비와 공사 기간 문제로 각 분야 기술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질 특성에 맞는 제대로 된 설계와 보강 공법을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급 기술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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