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시아 가족 보호할 것"…동남아 우군 확보 '박차'(종합2보)
"말레이와 윈윈 추구"…안와르 "아세안, 일방적 관세 지지 안해"
"말레이와 윈윈 추구"…안와르 "아세안, 일방적 관세 지지 안해"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미국과의 '관세전쟁' 우군 확보를 위한 연대 강화 행보를 이어갔다.
현지 매체 베르나마통신과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양국 관계가 새로운 황금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협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래를 공유하는 중국-말레이시아 공동체의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 번영과 안정에 더욱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회담 후 만찬에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질서의 충격에 직면한 가운데 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지정학적이고 진영에 기반한 대립,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와르 총리는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다자주의가 압박받는 가운데 중국의 글로벌 정책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흔들리지 않고 지조 있는 중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며 "아세안은 일방적으로 부과된 관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이다. 안와르 총리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을 추진해왔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신기술을 비롯해 경제, 무역,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31개 협정을 체결했다.
앞서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이브라힘 알마훔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 주최 환영식에서는 "말레이시아는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라며 "양국이 발전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심화하고 상호 이익, '윈윈'을 위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자"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유교-이슬람 문명 대화'를 비롯한 문화, 관광, 인적 교류도 확대하자며, 아세안 의장국 역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국왕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세계의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도 양국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경제 통합, 공급망 협력 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시 주석은 베트남에 이어 전날 오후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이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천120억 달러(약 302조3천억원) 규모였다.
말레이시아 총리실은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지난 14일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미국을 의식하는 듯한 입장을 냈다.
안와르 총리는 앞서 미국의 상호관세 책정 방식에 결함이 있고 근거가 약하다고도 지적하면서도 협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외교 노선을 지켜왔지만, 최근 가자 전쟁 국면에서 미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이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을 받는 동남아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한다.
쿠 잉 후이 말라야대 교수는 "지역의 무게 중심을 중국으로 재조정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동남아와 연대하려는 계산된 행보"라고 말했다.
중국과 경제적 교류를 확대해온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고관세 표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유예한 상호관세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46%, 24%이며, 시 주석의 다음 순방국인 캄보디아는 49%다.
시 주석은 17일 오전 캄보디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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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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