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韓대행 임명권 단정 못해"…이완규∙함상훈 재판관 임명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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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할 수 있다 단정 불가”

마은혁 재판관이 주심을 맡은 이 사건에서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이완규·함상훈을 재판관에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및 재판관 임명 등 일체의 임명 절차의 속행을 본안 위헌확인 소송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만약 피신청인(한 총리)에게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한 총리의 행위로 인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의 재판관 임명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만일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된다면 김정환 변호사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침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라며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한 총리가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나면, 신청인(김 변호사)이 적시에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다투거나 후보자가 헌법재판 심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종국결정이 선고되는 경우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재심에 의한 불복방법이 성질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1992년 판례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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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백 생긴 헌재…“7인이 심리·결정하면 된다”
이날 결정에 따라 헌재는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과 동시에 ‘7인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재판관 7명만으로도 심리는 계속할 수 있지만, 사건 선고까지 한 적은 없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 2인을 임명했다가 향후 본안에서 결론이 엇갈릴 경우 생기는 혼란이 임명을 저지해서 생기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봤다.
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될 것”이라면서도 “4월 19일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결정은 가처분인 만큼, 헌법소원 본안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헌재 역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며 결론이 바뀔 경우의 수를 염두에 뒀다.
한 헌법학 교수는 “가처분은 원래 긴급성이 있을 때 최소한의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본안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만일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았는데 본안에서 위헌 판단이 나온다면 재판소나 재판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에 결정을 받은 모든 사람들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두 경우를 비교해보고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결정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정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본안의 종국결정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64·사법연수원 23기) 법제처장과 함상훈(58·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완규 후보자는 지난 4일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사 동료로 46년 지기여서 논란이 됐다.
최서인.황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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