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의식했나...美시장서 ‘버티기’ 들어간 현대차 "가격 동결"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하룻밤 사이에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저가 차량이 3000~4000달러씩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저가 차량 구매 소비자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격을 올리면 차를 안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리서치기업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 고급차는 2만 달러, 저가 차량은 2500~4500달러 인상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은 “6월 2일까지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가격을 동결해 판매량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저가 차종일수록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가격이 소폭 올라도 판매가 급감할 수 있어서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종 상당수가 3만 달러 이하 저가 모델인 점과 관련이 깊다. 한국에서 수출되는 아반떼(미국 판매명 엘란트라)는 지난해 13만6698대가 팔렸는데 현지 판매가는 2만1000달러부터 시작한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기아 소형 세단 K3(13만9779대)도 기본트림 판매가는 2만 달러다. 현대 쏘나타(6만9343대), 기아 셀토스(5만9958대) 등 미국에서 잘 팔리는 한국산 차종 역시 2만 달러 중후반대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만약 저가 차량 가격을 올리면 미국 소비자는 대체재인 토요타 캠리, 코롤라 등 동급 차종으로 갈아탈 것”이라며 “캠리 등은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현대차·기아보다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 유인이 적다. 현대차·기아의 버티기는 토요타를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트럼프 관세에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42만4382대(9위)를 판매한 마쓰다는 최근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CX-50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 판매분을 전량 일본에서 수출하는 미쓰비시도 미국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에 따라 미국 자동차 시장이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며 “일부 업체는 미국 판매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반대 급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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