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레슨 받고 울었다"...'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로 변신한 앤젤리나 졸리
![영화 '마리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사진 판시네마]](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23c3162e-6f3e-443e-b393-c58289927f22.jpg)
![개인 마리아는 연약했지만, 무대 위의 칼라스는 누구보다 강하고 염격한 예술가였다. [사진 판시네마]](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bf2a494b-0e2b-4e77-8cab-784da80d241d.jpg)
그러나 개인 칼라스의 삶은 비극에 가까웠다. 60년대 중반 이후 그의 가수로서의 삶은 급격하게 기울었고, 빛나던 목소리도 잃고 사랑도 잃은 칼라스는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 16일 개봉하는 '마리아'는 '세기의 디바' 칼라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로, 앤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아 제작 때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1977년 9월 16일, 파리의 화려한 자택에서 칼라스가 삶을 마감했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의 나이 만 쉰셋. 당시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유에 대해선 여전히 추측만 난무한다. 몇 년 전부터 그는 집사 페루치오(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와 가정부 브루나(알바 로르와처), 그리고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각성제와 진통제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온 아슬아슬한 삶이다.
카메라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칼라스가 방송 기자 '맨드락스'(코디 스밋 맥피)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방식으로 그의 삶을 비춘다. 가난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순간들, 그리고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아시스(할룩 빌기너)와의 만남과 결별···.
칼라스는 1949년 그는 자신보다 27세 연상인 사업가 조반니 바티스타 메네기니와 결혼했고, 1957년 한 파티에서 오나시스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한 상태에서 오나시스의 집요한 구애로 시작된 불륜은 오나시스가 1968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키 케네디와 결혼하기 위해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같은 시기 칼라스는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는 일로 대중들의 비난을 사는 일이 잦았다. 그는 무대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오나시스와의 스캔들과 패션 아이콘으로 더 유명해졌다.
영화 내내 칼라스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방송 기자 '맨드락스'는 칼라스가 복용하던 약의 이름이다. 이렇듯이 영화엔 칼라스의 환영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다. 칼라스에 대한 여러 일화 역시 어디까지 사실이고, 또 무엇이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영화 내내 객석에서 듣는 노래로 확인되는 '세기의 전설'의 목소리, 그의 강력한 존재감이다.
![영화는 현실과 환영, 과거의 현재를 오가며 칼라스의 마지막 나날들을 그린다. [사진 판시네마]](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7905f421-117b-4e03-b95d-f4d9f6f50db1.jpg)
![졸리는 작가주의 영화 '마리아'를 통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판시네마]](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0f10317b-d34e-423e-92b4-e19deed55384.jpg)
칠레 출신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영화 '마리아'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정체성을 이해하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서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재키'(2017),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펜서'(2022)를 연출한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를 통해 여성 전기 영화 3부작을 완성했다. '마리아'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장상 경쟁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고, 졸리는 절제되고 섬세한 연기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이 영화가 주는 최고의 즐거움은 마치 베르디 오텔로의 '아베 마리아', 벨리니의 '노르마' 등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를 칼라스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일이다. 칼라스가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합창하는 사람들의 환상을 보는 장면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속 ‘대장간의 합창’이 흘러나오고,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장악했던 전성기의 칼라스가 도니체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를 열창한다. 특히 엔딩 부분에서 칼라스가 부르는 푸치니 토스카의 '예술을 위해 살았노라' 아리아의 여운이 길다.
"저는 예술을 위해 살았고, 사랑을 위해 살았으며, 살아 있는 영혼을 해친 적이 없습니다." 마리아의 삶은 마른 낙엽처럼 부서졌지만, 칼라스는 불멸의 여신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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