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포러리 주얼리 한국 아티스트 류정(한유정)과의 인터뷰: 예술과 사회를 잇는 특별한 매개체, 주얼리
Ryujeong(Yujeong) Han 작가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컨템포러리 주얼리 아티스트 류정입니다. 저는 3D 프린팅이라는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주얼리 개념을 뛰어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순수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예술적 토대를 쌓았고,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에서 주얼리 & 메탈 전공 석사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얼리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컨템포러리 주얼리 분야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Anna Hu에서 하이 주얼리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올해 KJDA와 KGTA international Award에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위 작품을 소개해주시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올해 KJDA와 KGTA International Award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Beyond Magic: Revolutionary Unboxism'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최근에 선보인 작업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Beyond Magic: Revolutionary Unboxism'은 바로 이러한 저의 철학을 담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용기와 저항 정신을 주얼리 아트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전 작품인 'Magical Power Up!'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지만, 이전 작업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3D 프린팅과 크롬 표면 처리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된 이 작품은 주얼리에 비디오 아트를 접목시켜, 예술로서의 주얼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관람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제 메시지에 공감하며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미지 제공 : 한유정]](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16/4ba2bb76-9919-4c03-905e-2539443ae77d.jpg)
[이미지 제공 : 한유정]
작가님의 창작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제 창작 에너지의 근원은 참으로 다채롭습니다. 때로는 강렬한 감정에서, 때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풍경에서, 또 때로는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변치 않는 한국 문화라는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저는 분명한 한국인입니다. 그렇기에 한국 문화는 제 예술적 감수성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들, 그리고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한국 대중문화 또한 제 작품에 풍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저는 제가 누구인지, 무엇에 끌리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됩니다. 결국, 제 창작 에너지의 가장 큰 원천은 바로 저 자신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여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 작품에는 3D프린팅을 이용한 작품이 많은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작품에 3D 프린팅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얽혀있습니다. 최근 작품 'Beyond Magic'의 출발점이 된 'Charm+ing'은 제가 평소 즐겨 착용하는 볼드하고 대중적인 주얼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평소 착용하는 주얼리가 곧 저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주얼리 역시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기성 주얼리를 제 작품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3D 프린팅만큼 적합한 매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3D 프린팅은 섬세함과 화려함, 그리고 저의 볼드한 정체성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3D 프린팅 외에 주얼리 디자인에 접목하고 싶은 새로운 기술이나 소재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떤 표현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소재와 기술은 저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최근작 'Beyond Magic'에서 처음 시도한 비디오 아트를 주얼리에 접목하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작품의 깊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는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비디오 아트와 주얼리의 융합을 꾸준히 탐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으로 주얼리를 착용해볼 수 있는 AR 기술과 착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키네틱 아트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주얼리가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넘어, 착용자와 교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yujeong(Yujeong) Han]](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16/95a97616-73ac-41d2-9925-bd4af7b5a4fb.jpg)
[Ryujeong(Yujeong) Han]
슬럼프가 찾아오면, 저는 오히려 작품에 더욱 몰두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습니다. 완벽한 작품만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 나와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 자체가 창작 활동의 일부이며,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재료에 대한 탐구는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행위 중 하나입니다.
주얼리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제게 주얼리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연 '진정성'입니다. 저는 주얼리가 단순히 아름다운 장신구를 넘어, 착용하는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와 개성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디자인 과정에서 각 사람의 삶과 가치관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주얼리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합니다. 제 작품을 만들 때도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합니다.
디자이너님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가나 사상가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작품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가들은 패션 디자이너들입니다. 특히 알렉산더 맥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리고 션린은 제게 깊은 영감을 준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파격적인 정신과 실험적인 작품, 그리고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요소들은 제 예술 활동에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현재의 문화, 패션, 예술, 사회적 메시지를 융합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방식은 제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컨템포러리 주얼리 아티스트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
컨템포러리 주얼리 아티스트로서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아무래도 대중과의 거리감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컨템포러리 주얼리와 깊이 교감하는 관객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주얼리를 순수 예술의 범주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들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작품의 시각적인 힘을 통해 직접적인 감동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컨템포러리 주얼리는 여전히 예술계에서 과소평가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패션의 일부로 분류되거나, 단순한 장식품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얼리가 착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특별한 예술이라고 믿습니다. 주얼리가 지닌 고유한 특징과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러한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배우며 성장해나가려 합니다. 끊임없이 대중과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주얼리 분야가 다른 예술과 차별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제 작품 활동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이주얼리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두 주얼리에 차이점이 있나요?
하이 주얼리 디자이너와 컨템포러리 주얼리 아티스트로서의 작업은 제게 마치 두 개의 매혹적인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과 같습니다.
하이 주얼리 디자인은 단순히 고가의 보석을 세팅하는 기술을 넘어, 각 보석이 지닌 고유한 광채와 개성을 극대화하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희귀한 보석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이야기와 희소성을 품고 있어, 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그 숨겨진 가치가 무한히 펼쳐질 수 있습니다. 잊지 못할 순간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작품을 창조하며, 자연이 선사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가장 순수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예술이죠.
반면에 컨템포러리 주얼리는 작가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사회 문제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지는 영역입니다. 하이 주얼리에 비해 재료와 형식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 두 영역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제게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호 보완적인 영역입니다. 하이 주얼리 디자인에서 얻은 섬세한 기술과 보석에 대한 이해는 컨템포러리 주얼리 작업에 깊이를 더해주고, 컨템포러리 주얼리 작업에서 얻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험 정신은 하이 주얼리 디자인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컨템포러리 주얼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작가님의 계획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컨템포러리 주얼리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얼리는 착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특별한 예술이기에, 전시장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을 넘어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 전시 공간에서 관객들이 직접 주얼리를 착용하고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전시 방식과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진정한 예술은 바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학창 시절, 제게 큰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께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인 예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각자의 예술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작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가장 강렬하고 창조적인 작품이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사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자신만의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앞으로 예술가의 꿈을 키워나갈 학생들에게도 큰 창작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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