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감독의 파격 “출근 1시간 늦게…” 유연 근무제 덕에 만년 하위→1위로 성큼

히로시마 카프 감독 아라이 다카히로 SNS
센트럴리그 깜짝 선두...히로시마 카프의 새로운 시도
[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NPB)도 개막 초반이 파란만장하다. 센트럴리그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만년 하위 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주말에는 강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홈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그리고 어제(15일)는 주니치 드래곤즈를 잡았다. 최근 5연승으로 거칠 게 없는 파죽지세다.
히로시마의 이날까지 성적은 15게임에서 9승 5패 1무, 승률 0.643으로 리그 단독 1위다. 2위 한신 타이거스를 1.5게임 차이로 앞선다.
이들의 작년 순위는 4위였다. A클래스(1~3위)인 요미우리, 한신, 요코하마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카프는 시민 구단이다. 재정적으로 취약하다. FA 영입은커녕, 잘 키워서 남주는 일이 일상인 팀이다. 작년에도 선발 투수 구리 아렌을 오릭스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강팀이 됐을까. 현지 언론은 ‘노동 개혁(き方改革)’을 이유로 꼽는다. 우리 식으로 하면 ‘유연 근무제’ 같은 용어로 설명된다. 그러니까 선수단의 훈련 시간을 조정한 덕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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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이런 부분이다.
카프의 초반 일정은 주중(화~목)에 원정, 주말(금~일)은 홈경기의 패턴을 진행됐다. 문제는 금요일 경기다. 원정에서 돌아와 곧바로 야간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당일 이동이 원칙이다. 시간을 맞추려 새벽부터 서두르는 선수가 많다. 당연히 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 출근 시간을 바꿨다. 평소 오후 2시를 3시로 늦췄다. 그것도 그라운드에서는 간단한 몸 풀기와 펑고로 끝낸다. 타격 훈련은 실내로 옮겨서 한다. 본래는 혹서기 방식이다. 그걸 개막 초부터 적용한 것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불펜 투수들은 더 우대한다. 진작에 이런 방침을 내렸다.
“대개 구원진이 가동되는 시간은 저녁 8시 이후다.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면 각자가 임무에 맞게 맞추면 된다.”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몸을 풀라는 얘기다. 아무래도 추격조는 조금 일찍 준비해야 하고, 필승조나 마무리는 더 여유가 있을 것이다.
토요일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 게임에 맞춰 야수는 10시, 투수는 11시에 출근한다. 기쿠지하라 쓰요시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에도 토요일이 가장 힘들었다. 금요일 밤 게임을 마치고,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야 했다. 그런 비생산성을 지양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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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구원진의 시마우치 소타로는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정해서, 집중할 수 있게 된다”라며 새로운 방식을 반긴다.
그래서 그런지 홈경기 성적이 좋다. 8승 2패로 압도적이다. 최근 주말 3연전을 2차례 모두 쓸어 담았다.
이런 결정은 역시 감독의 결심으로 이뤄졌다. 취임 3년째를 맞는 아라이 다카히로(48)다. 그는 “이동할 때 체력 부담이 생긴다. 쉴 때는 제대로 쉬어야 한다. 그래야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라는 신념이다.
히로시마는 지역 특성상 이동거리가 멀다. 다른 팀들이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2시간 30분 이내의 거리에 몰려 있는(?) 것과 다르다. 매번 1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한다.
아라이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히로시마에서 데뷔하고, 은퇴했다. (중간에 한신에서 6년간 뛰었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구단주 보좌역인 구로다 히로키와도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그는 고교 시절 봉황기에도 출전했다(1994년). 재일동포 팀의 4번 타자로 뛰었다. 박귀홍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졌다. 2005년 센트럴리그 홈런왕(43개)을 차지하기도 했다. 생애 통산 2000안타, 300홈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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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백종인(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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