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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유해진 "OTT는 아직, 영화에 인 박혀...극장가 봄날 또 오길" [인터뷰](종합)

[사진]OSEN DB.

[사진]OSEN DB.


[OSEN=연휘선 기자] OTT가 대세인 시류에 굴하지 않고 영화에 인이 박혀 오직 '연기' 하나에 집중한다. 애드리브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유해진의 연기는 적어도 플랫폼을 떠나 이견이 없을 터다. '야당'에서 전에 없던 빌런을 소화한 그를 만나봤다.

유해진은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이 가운데 유해진은 야망 가득한 검사 구관희로 활약한다. 

천만 영화 '파묘' 이후 1년 만에 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상황. 유해진은 '야당'과 달리 훌쩍 긴 장발을 자랑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약칭 왕사남)'를 찍고 있다는 그는 "사극인데 상투를 틀어야 한다. 가발을 쓰더라도 머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 핑계로 길어봤다. 잘 어울리지 않나. 그런 말 많이 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특유의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왕사남'이 아니더라도 유해진은 현재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다. '왕사남' 촬영지인 강원도부터 '야당' 홍보가 진행되는 서울을 오가는 것은 물론, 당장 오는 6월에 또 다른 새 영화 '소주전쟁'까지 개봉되기 때문. 다작이라고 해서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지도 않는다. '야당'에선 빌런으로 또 다른 작품들에선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 상황. 이에 선역과 악역을 오가는 구도가 의도한 것인지 묻자, 유해진은 "일부러 그렇게 해도 자기들 마음대로 개봉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영화 만으로도 작품이 쏟아지는 유해진을 '야당'에 끌어들인 건 마약 브로커 '야당'이라는 소재 자체였다. 자칫 정치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지만 '야당'은 암수범죄가 되기 쉬운 마약 수사에서 범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브로커를 가리키는 은어다. 이에 유해진은 "마약 소재가 솔직히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그 '야당'이라는 존재를 두고 얽힌 관계가 재미있었다. 그래서 저도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저도 이 작품을 통해서 '야당'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다. 아마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을 거라 본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조사를 한 사람들이 알 수 있던 것"이라며 놀라워 했다. 

신선한 소재인 만큼 유해진은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톤을 조절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묵직하게 누르면서 하려고 했다"라고 밝힌 그는 "구관희가 소위 '짬밥'이 있는 검사다. 풋내기처럼 표현하지는 않았다. 신입이면 야망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 구관희 정도의 경력이면 그런 야망도 누르면서 표현할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형적이지 않게 보이게 하려고 그런 표현을 잘 안 했다. 어떨 때는 '저 야망이 보인다'는 걸 도드라지게 연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거로 싶지 않았다. 만약에 이를 테면 조훈 역의 류경수가 배우가 고맙다고 하트 같은 걸 하는데, 다른 역할이면 저도 아마 거기에 받아치는 반응을 했을 거다. 그런데 구관희는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한다기 보다, 묵직하게 갖고 가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인물이 나오고 액션도 많이 들어가있어서 화려해보이기도 하고 요란해보이기도 하는 작품인데 거기에 저마저도 요란한 건 소리가 요란할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그렇기에 유해진은 구관희의 터지듯 튀어나오는 욕설 장면을 명장면, 명대사로 꼽았다. 유해진은 영화 속 장면을 따라하기 위해 욕설을 내뱉는 것에 양해를 구하면서도 "X발 거"라는 장면을 보여줬고, 이를 통해 "구관희가 눌려왔던 걸 가장 잘 보여주고, 또 구관희의 파워를 제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장면이 사실 첫 촬영이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구관희도 조금 후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앞 부분 대사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하는 거였는데, 사실 대본엔 그 대사까지만 있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이런 표현이 붙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지 이 사람의 파워, 상대방의 머리 위에 있다는 게 표현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해진은 "욕설 장면이지만 감독님에게 '제발 자르지 말아달라'라고 이야기했다"라며 "기술 시사회까지 제가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 만큼 저한테는 중요한 부분이고 표현이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 구관희라는 사람에게 욕망만 있다고 한다면, 욕망이 전적으로 강하게 표현되는 부분이지 않았나 싶다. 그게 날아갔다면 서운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다행히 현장 반응도 좋았다. 우러나오듯 연기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밥을 '처먹고', 링겔을 '처맞고' 있다고 해도 좋을 상황이지 않나.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너무 철딱서니 없었다"라고 말해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였다.

소위 '바퀴벌레'를 연상케 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원래 제가 기어가는 게 아니라 서서 박수를 치는 거였다. 그런데 이 작품에 '바퀴벌레'가 갖는 의미가 크다. 그렇게 바퀴벌레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탁자 밑에서 제가 기어가는 모습을 마치 벌레처럼 찍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렇게 제안해서 탄생한 카메라 �p이이 있다. 배우는 하나의 의미를 두고 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나쁘지 않은 장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해진은 "마지막에도 바퀴벌레가 제 몸으로 들어오는데, 감독님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다. 원래는 다른 장면이었다. 다른 앵글이었다. 그런데 제 몸에 들어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라며 "이번에 저한테 애드리브라면 그런 게 애드리브였다. 또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한 장면이 끌려나가게 되는 장면에서 '여기, 여기' 할 때 긁어주지 않나. 엄청 웃으면서 찍었다. 제가 제안한 건데 너무 아이러니 했다. 저는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좋더라"라고 말했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이러한 디테일한 열연 덕분일까. '야당'은 정치 용어가 아닌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망 가득한 부패 검사를 잘 살려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국을 반영한 작품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정작 유해진은 "저희가 촬영할 땐 그렇지 않았는데"라며 멋쩍어 했고 "나와 보니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더라"라며 놀라워 했다.

다만 그는 영화가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읽히는 것에 대해서는 "작품 전체에 좋은 효과를 주면 좋은 것이라 본다. 하지만 저 개인이 그런 것 때문에 효과를 보거나 느끼는 것보다도 우연찮게 '이런 게 맞네'라고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더욱 큰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극 중 최순실 게이트 당시 논란이 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검찰청 밖에서 촬영한 듯한 극 중 장면에 대해서도 "노렸다면 감독님이 노렸을 것"이라며 "제가 노렸겠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감을 올려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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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올빼미'에서는 인조, '파묘'에서는 악귀를 쫓기 위해 애쓰는 장례지도사 그리고 '야당'에서는 다시 빌런 검사 구관희로 악역과 선역을 넘나들게 된 상황. 이러한 필모그래피에 대해 유해진은 "착한 건 인위적인 게 있고 오글거리는 게 있다. 재미있는 건 악역이다. 무게 있는 건 힘들지만"이라며 웃었다. 

그는 "사실 어떤 캐릭터보다도 어떤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인지가 더 끌린다. 그 안에서 역할은 제가 어디 가겠나. '알고 봤더니 유해진이래' 이런 말 안 나온다. 새로운 연기에 이 사람이 녹아있느냐가 중요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색다른 얘기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해진은 "착한 역도, 악역도 전형적인 게 많다. 저도 진짜 많이 했는데,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혹시 못 벗어난 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매번 벗어날 수 있겠나. 그렇다면 '유해진 쟤 왜 저래?'라는 소리는 안 듣고 녹아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제일 큰 숙제인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렇다면 대본도 혼자 고르는 유해진의 '좋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야당'의 차별화와 비슷한데 얘기가 전형적이지 않고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게 있다. 신선한 건 웹툰에서 진짜 많은 것 같다. 영화도 그런 게 많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라고 털어놨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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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신선한 작품의 주류는 사실상 영화보다는 OTT로 옮겨갔다. 그럼에도 유해진은 OTT 시리즈를 아직까지 한 적 없는 보기 드문 배우다. 유해진은 "영화에 인이 박힌 게 있다. 익숙해져있다. 그래서 OTT 작품 출연하는 분들한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영화 현장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데, 안 해본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걱정과 두려움이 있다. 그래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얼마든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극장과 불황과 더해 워낙 영화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는 흐름인데 제가 그걸 어떻게 하겠나. 그런데 계속 영화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안타까움이 있다. 봄날이 또 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OTT를 많이 보지도 않는다"라고 한 유해진은 "박해준 씨가 올라오길래 '와 씨 나 ('폭싹 속았수다') 봤어'라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박해준은 '야당'에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터다. 유해진은 "박해준 씨가 '거짓말'이라고 하길래 '폭싹 속았수다'를 6부까지 보고 펑펑 울었고 염혜란 씨 미치겠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작품의 결과가 안 좋았더라고, '폭싹 속았수다' 같은 삶을 그리는 작품은 사실 흥행이 어려울 수 있는데 너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염혜란 씨는 '달짝지근해' 때 잠깐 같이 하긴 했는데 평소에도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정말 대단하시더라. 진짜 펑펑 울면서 봤다"라고 감탄했다.

OTT 시리즈로의 도전은 아직 고민 중인 유해진이지만, 고향 같은 연극에는 지난해 한 번 더 뛰어들었다. 고향 청주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극단 40주년 기념 작품으로 무대에 선 것. 유해진은 "오랫동안 영화를 해와서 무대가 너무 두려웠다. 전혀 다르다. 무대란 한번 NG도 안 되고, 연기도 차이가 있다. 미세한 감정이 전달되기 위해 관객들이 많은 걸 느끼고 가져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계속 미뤄왔는데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곳에서 선배가 40주년인데 작은 역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했는데 진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라며 마치 꿈을 꾸듯 회상했다. 

대사 한 마디도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연극을 떠올릴 땐 순식간에 청년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은 유해진이 왜 배우인지를 실감케 했다. 보는 이를 시나브로 스며들게 만든다. 가까이서 보기에도 스크린으로 크게 보기에도 아깝지 않을 표현력이다. 그의 새로운 악역이 담길 '야당'은 16일 개봉한다. 

/ [email protected]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휘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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