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피케팅 실패? 슬퍼 말라" 뜻밖의 감동 알려준 첼리스트

첼리스트 양성원(58)을 키운 건 팔할이 재능이지만, 나머지 노력이라는 요소를 잊으면 안 된다. 그는 여전히 매일 새벽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첼로를 대면한다. 활과 줄을 점검하고, 매일의 연습을 한다. 첼로만 50년을 연주해온 그이지만, 아마도 그가 활을 들 힘이 있을 때까진 경건히 행할 루틴이다. 그가 최근 책을 냈는데, 제목이 심상치 않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김영사)이어서다. 음악이 생의 전부이다시피 한 그는 이 책을 재영(在英) 수학자 김민형과 함께 썼다. 만남을 청했다. 그는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까지 평생의 반려자, 첼로를 들고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오늘 아침에도 연습, 하셨나요.
A : "물론이죠. '엄마 배에서 나오면서부터 (첼로) 활을 들고 있었어요'라는 농담을 좋아합니다(웃음). 늦어도 아침 7시 30분엔 활을 잡아요. 튜닝부터 하는데요, 줄을 활로 천천히 그어내는 그 과정에서 모든 감각을 깨우죠."
Q :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A : "(눈이 동그래지며) 어우, 왜 없었겠어요. 파리 유학 시절, '졸업하면 다른 거 할 거야'라고 마음 먹었던 적 꽤 있어요. 경쟁에 진다는 느낌이 들 때 그랬죠. 부모님도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셨고요. 이상하게도, 2~3일 지나면 저도 모르게 첼로 케이스를 열고 있었습니다."

Q : 그런 분이 쓴 책 제목이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인 이유는요.
A : "사실 저에게 음악이 사라진다는 건 공기가, 물이, 흙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음악은 우리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어머니의 심장소리와 목소리로 처음 접하는 거잖아요. 인공지능(AI)처럼 인위성이 득세하는 현대에도, 자연 음악의 가치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다음달 27일에 (예술의전당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갖는데, 음악에 대한 저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려 준비 중입니다."

Q : 책에서 '강약과 타이밍의 균형'을 강조했는데요.
A : "우리의 삶에서도 강약을 잘 구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구조를 알아야 하죠.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지금의 이 주제와 다음의 그 주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때는 그냥 흐르게 내버려둬야 할 때도 있죠. 강약을 어떤 타이밍에 조절할 것인지가 음악에서도 인생에서도 중요한 지혜입니다. 종교 수행자가 깨달음을 위해 노력하듯, 우리 모두 인생과 음악을 통해 구도를 하는 셈입니다."
Q :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요.
A : "결국, 관찰입니다. 청중의 입장이 되어 관찰을 하는 거죠.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도 한 귀로는 자기의 연주를 듣고, 다른 한 귀로는 객석 제일 마지막 줄에 앉아 스스로의 연주를 들으며 계속 점검합니다."

Q : 음악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요.
A : "트로트와 같은 대중음악도, 제가 하는 클래식 음악도, 음악의 아름다움은 같아요. 피아니스트 임윤찬 씨도, 트로트 가수 임영웅 씨도 모두 훌륭한 음악가입니다."
Q : 임윤찬 씨 등 덕에 클래식 음악에도 '피케팅(피가 튀는 티케팅)' 현상이 생겼죠.
A : "너무도 긍정적이에요. 윤찬 씨도, (조)성진 씨도, 그리고 다른 많은 젊은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이 이상 더 잘할 순 없다'는 생각이요. 티켓을 못 구하셔도 너무 슬퍼하진 않으셨으면 해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우린 아직 남들이 최고라고 말하는 음악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고의 대가라고 불리는 연주자의 무대가 무미건조할 수도 있고, 아직 데뷔도 하기 전인 학생의 무대가 엄청난 감동을 줄 수도 있어요. 그 감동은 직접 느껴봐야 더 잘 느낍니다."

Q : 한국 사회가 많이 힘듭니다. 치유의 음악 추천해주신다면.
A : "먼저 내 마음의 음악을 찾아보십사 권해드리고 싶어요. 장르가 뭐든 상관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나 곡을 듣고 나눈다면, 우리 사회에 아름다움의 씨앗이 뿌려진다고 생각해요. 노래방을 가서 트로트를 불러도 좋고, 멘델스존을 들으며 즐거움을 느껴도 좋아요.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전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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