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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명인데, 공룡 발자국은 1759개…요즘 바빠진 작은 섬, 왜

진우석의 Wild Korea 〈24〉 여수 낭도·사도·추도
전남 여수 추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 발자국 화석이 1759점이나 발견됐다. 앞에 보이는 홈이 폭 팬 곳들이 용각류 공룡들의 발자국이다.
전남 여수는 가볼 만한 섬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돌산도, 금오도처럼 크고 유명한 섬도 좋지만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작은 섬도 매력적이다. 화정면에 속한 낭도, 사도, 추도가 그렇다. 낭도는 차 타고 갈 수 있다. 낭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사도와 추도는 배 타고 훌쩍 다녀올 수 있다. 닮은 듯 다른 세 섬을 소개한다.

낭도, 사도·추도로 가는 입구
여수시 화양면에서 다리로 연결된 조발도와 둔병도를 징검다리처럼 건너 낭도에 닿았다. 낭도는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5.33㎢)이 여의도의 두 배쯤 된다. 섬 동쪽으로 상산(上山·283m)이란 걸출한 산이 솟아 있다. 주변에서 가장 높아 낭도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과거 낭도에 가려면 여수항에서 배를 타고 개도·하화도·사도 등을 거쳐 가야 했다. 이제는 낭도에서 사도와 추도 가는 배가 다닌다.
돌담, 집, 밭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진 사도의 평화로운 풍경.
카페리를 타고 15분쯤 가니 사도가 나왔고, 다시 5분을 가서 추도에 닿았다. 추도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다. 사도의 부속 섬인 추도는 오지라 할 만다. 오래전, 주민이 한 명으로 줄어 배편이 끊겼다. 약 17년 전 조영희(65)씨가 추도에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문화관광해설사인 조씨는 추도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섬을 가꾸고 널리 알렸다. 추도를 떠났던 이들이 돌아왔고, 현재 인구는 10명으로 늘었다. 덕분에 3월 29일부터 낭도와 추도 사이에 배가 다니게 됐다.
추도에 반해 섬에 정착하고, 문화관광해설사이자 추도 지킴이로 활동하는 조영희씨.
선착장에 내렸다. 다른 섬에는 흔한 안내판, 벽화, 조형물이 안 보였다. 대신 돌담과 가옥 몇 채가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이 펼쳐졌다. 선착장부터 골목을 따라 단정한 돌담길이 이어진다. 시멘트를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돌담은 국가유산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해변에서 돌을 주워 와 쌓고 가꾼 주민들의 노고와 애환이 느껴졌다.

추도, 돌담과 공룡 발자국의 섬
섬 중턱쯤에 추도분교가 자리한다. 아담한 운동장에 서니 바다 풍광이 시원하게 열린다. 건너편으로 낭도가 잘 보이고, 왼쪽으로 고흥의 팔영산이 아스라하다. 추도에서 가장 좋은 자리다. 1967년 분교가 문을 열자 주민들은 제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꿨다고 한다. 당시 주민은 11가구 110여 명으로 모두 대가족이었다. 분교는 16년간 졸업생 16명을 배출하고 1983년에 문 닫았다.
국가유산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추도의 돌담. 길바닥까지 돌로 포장했다.

“여기가 마을 공동 빨래터였어요. 추도는 물이 귀한 섬이지요.”
조씨가 분교 뒤편의 바위 지대에서 홈이 푹 파인 바위를 가리켰다. 조씨가 만든 추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 마을로 돌아왔다. 추도는 작지만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마을 동쪽에 자리한 해안지형 ‘용궁’과 서쪽 해안의 퇴적암층이 장관이다.

두 해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 발자국 화석도 수두룩하다. 사도, 낭도 등 주변 섬을 합해 공룡 발자국 화석이 3600여 개에 달하는데 추도에서만 무려 1759점이 발견됐다. 길이 84m에 달하는 조각류 보행렬은 세계 최장 공룡 화석지로 알려졌다.

마을 서쪽 해안이 추도 최고 절경이다. 가로로 촘촘한 퇴적암층 위로 수직 주상절리가 얹혔다. 해안 바닥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널려 있다. 특히 덩치가 큰 용각류의 발자국이 눈에 띈다.

바닷길이 열리는 사도
사도에 내리면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이 반긴다.
추도항에서 사도항까지는 불과 1.1㎞ 거리다. 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와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등 섬이 빙 둘러치고 있다. 2∼5월 음력 그믐 때면 5개 섬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사도에 내리면 10m 높이의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이 반겨준다. 가옥은 대부분 단층이고, 마늘밭이 푸릇푸릇하다. 새가 지저귀고 바다는 태양 빛을 튕기며 반짝거린다. 평화롭다. 사도와 중도는 다리로 연결된다. 다리 앞으로 퇴적암층이 보이고, 바닥에는 공룡 발자국이 찍혀 있다.
증도의 명물인 용미암(용꼬리 바위). 용두는 제주도에 있다고 전해진다.
중도와 증도는 양면해수욕장이 이어준다.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폭 50m의 고운 모래 해변이 드러난다. 증도는 과거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터라 볼거리가 많다. 거북바위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얼굴바위가 나타나고, 이순신 장군이 올라갔다는 장군바위가 나온다. 장군바위 앞을 지나면, 티라노사우루스 꼬리 같은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급히 식으면서 '용미암'이 됐다. 용머리는 제주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여수의 섬들. 사진 아래 가장 가까운 섬이 증도이고 시계 방향으로 중도, 사도, 낭도, 추도, 장사섬이 자리한다. 뒤편 멀리 화양면과 조발도를 이어주는 화양조발대교가 보인다.
낭도로 돌아왔다. 선착장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상산에 오른다. 흐드러진 제비꽃을 쓰다듬으며 1시간쯤 걸어 정상에 닿았다. 잡목이 시야를 가리는 게 아쉽다. 나뭇가지 사이로 사도 일대 5개 섬이 손을 잡은 장관이 펼쳐졌다. 반대편으로는 연륙교로 연결된 섬들이 흩어져 있다. 자연과 문명의 연결 방식은 다르지만, 어느 쪽이든 사람을 따듯하게 이어준다.
여행정보
차준홍 기자
낭도의 별미인 젖샘막걸리.
낭도선착장에서 사도·추도행 카페리가 하루 3회(주말 1~2회 증편) 운항한다. 추도에서 오후 3시 25분 배가 나온다. 낭도 상산 등산은 2시간쯤 걸린다. 선착장~상산~낭도 둘레길~선착장 코스는 9㎞, 3시간 30분쯤 걸린다. 사도 둘레길을 따르면 증도까지 한 바퀴 돈다. 1시간 30분쯤 걸린다. 낭도에서는 여수 대표 먹거리인 서대회에 낭도 특산품인 젖샘막걸리 한 잔을 맛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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