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칼럼] 제 7공화국은?

하지만 정치학 석학 최장집 교수가 지적하듯 우리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우파 산업화 세력과 좌파 민주화 세력 모두 국가 미래를 위한 공화 정치보다 정권쟁탈에만 몰두했다. 6공화국 내내 퇴행은 거듭됐다.
파탄에 이른 6공화국 정치시스템
정권쟁취 골몰 미래 잊은 정치권
기술패권 패러다임 대전환 절실
제7공화국 개헌으로 새출발해야
정권쟁취 골몰 미래 잊은 정치권
기술패권 패러다임 대전환 절실
제7공화국 개헌으로 새출발해야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로 재정수입이 확대되면서 국가권력은 끊임없이 팽창했다. 1988년 정부 예산 17조원, 부채 19조원 정도 되던 것이 2024년 정부 예산 657조원, 부채 1196조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모두 권력을 잡으면 비대해진 정부재정을 미래지향 정책 디자인에 활용하기보다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을 통한 재정 배분에만 매달렸다.
단임 대통령제는 재정지원과 행정규제라는 양날의 칼을 시장에 휘두르는 것만 즐겼다. 정권을 잡으면 막강한 권력을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위해 활용할 수 있기에 정권쟁취에 혈안이 되었다. 정권변화의 위험성으로 행정은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민주화 이후 행정의 비효율과 나눠먹기 예산은 도를 넘었다. 2023년 저출생 관련 예산만 해도 약 48조원으로 그해 태어난 신생아 23만명 한 명당 2억원 이상 나눠줘도 될 예산이 소진되었다.

이제는 외양간부터 고쳐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2016년 알파고로 이세돌을 꺾은 수학 천재 데미스 허사비스가 알파폴드(AlphaFold)라는 AI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손에 쥐었다. 하나의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밝히려면 실험실에서 여러 달에 걸친 연구가 필요한데 알파폴드는 수초 만에 이를 수행할 수 있다. 유럽바이오정보과학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에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밝혀진 19만개의 단백질 구조식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그런데 알파폴드는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인 약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순식간에 밝혀냈다. 앞으로 AI가 모든 실험실에 도입되면 연구의 가속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2017년 중국의 바둑천재 커제가 알파고에 세 번 연속 패하자 시진핑 주석은 두 달 후 ‘차세대AI발전계획’을 수립하여 2030년까지 세계 최고 AI 강국이 되겠다는 국가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최근 우리에게 충격을 준 딥시크의 출현이다. 마치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충격으로 케네디 대통령이 최초로 인간을 달나라에 보내는 NASA 아폴로계획을 추진한 것과 같다.
중국의 과학기술 투자는 총력전이다. 2020년 중국 R&D 투자는 미국의 90%에 이르렀고, 우주선 창어 4호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달나라 반대편에 착륙했다. 최근에는 신형 양자 통신위성으로 1만㎞가 넘는 세계 최장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우주에 폭 1㎞의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여 싼샤댐과 맞먹는 1000억㎾h 우주 태양광발전소 건설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우주에서 태양광 전기를 생산해 레이저 기술로 지구에 송출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AI, 바이오, 양자, 우주 등 기술패권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6공의 후예들은 적폐청산, 검수완박, 반공이념 논쟁으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 더 이상 6공 정치시스템으로 미래의 기술패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시스템을 바꾸는 개헌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지만, 개헌 없이 정치가 발목만 잡는 6공의 패러다임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군사혁명으로 산업화를, 민주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뤘던 것처럼 또 하나의 혁명으로 기술패권 국가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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