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미국 수출길 막은 ‘염전노예’의 악몽

전남 신안군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씨가 1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모두들 ‘염전노예’라는 말에는 치를 떨면서도 정작 노동환경은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염전 주인과 임차인, 염부 간의 노동·임대계약 조건부터 확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 염전 창고에서 쓰는 못 하나를 살 때도 임차인이나 염부에게 돈을 내게 하던 못된 관행이 염전노예 사태를 초래했다”며 “인권 유린 같은 불법 운영 사실이 적발되면 염전의 허가를 취소할 만큼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16/af398217-58b7-40c0-af9f-0f3b8b9fa0ae.jpg)
국내 최대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은 463만㎡의 염전을 임차인 20여명과 계약을 맺고 소금을 위탁 생산한다. 태평염전은 수출업체를 통해 미국에 연간 1억원 상당(7∼8t)의 소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소금 수입 차단은 4년여 전 발생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2021년 5월 태평염전 임차인 중 한 명인 장모(52)씨가 장애인 노동자를 감금하고, 임금을 착취한 사실이 노동자에 의해 폭로됐다.
이에 국내 한 공익법센터는 2022년 11월 CBP에 천일염 WRO 청원을 했다. CBP 측이 해당 청원을 2년 5개월여 만에 받아들이면서 천일염 수입 금지 조처로 이어졌다. 장씨는 2014년부터 3억4000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태평염전과 신안군 등은 “태평염전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강제노동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조치는 4년여 전 발생한 사건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미국 측에 소명할 자료를 준비 중이다. 더이상 강제노동은 없다는 것이다. 신안군 안팎에선 2014년 불거진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처럼 파장이 확대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한 분위기다. 당시 신안 염전에서 일하던 염부의 탈출로 드러난 염부 폭행과 임금체불 등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반면 “취약한 염전 노동환경에서 터질 게 또 터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염전 강제노동을 과거의 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가 강제노동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을 수입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안군과 정부는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미국 측에 대한 소명과 법적 대응은 ‘염전노예’라는 단어를 없앨 방법을 찾은 뒤에도 늦지 않다.
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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