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해를 따라가다

내가 좋아하는 길 이름은 ‘Going To The Sun Road’.  몬태나 국립빙하공원으로 가는 산길이다. 구불구불한 절벽을 타고 가면 Logan Pass, 정상에 도달한다. 여기는 Continental Divide, 로키 산맥을 따라 미대륙이 나뉘는 지점이다. 대륙 분기점 동쪽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돌고 돌아 대서양으로, 서쪽으로 떨어지면 캘리포니아로 흘러 태평양으로 합류한다. 수백 년 전 Yellow Stone, 몬태나, 콜로라도 일대에 살던 인디언들은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빛과 어둠, 혹독한 추위와 따뜻함, 곡식을 재배하는 원천, 생존의 근원이 된다. 당연히 해를 따라 이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이런 길 이름이 생겼을 것이다. 인디언들은 미국의 서부 개척사가 시작되면서 백인 탐험가들에 쫓겨 학살당했다. 산간도로 중간 지점에 큰 바위에서 눈 녹은 물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이를 인디언들의 흐느낌으로 생각해 ‘The Weeping Rock’이라고 부르고 있다.  
 
해는 우주의 중심이다. 천체 만물은 해를 따라 움직인다. GOD은 유일신(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 소문자 god은 잡신을 의미한다. 태양신, 해신, 목신 등을 숭상하고 절하는 것은 모두 잡신을 섬기는 것이다. (나는 신앙이 없어 그렇겠지만) 태양신을 믿었던 옛날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해 본다. 캄캄한 북극의 겨울, 전기가 없던 시절, 얼마나 춥고 어두웠을까. 그들은 봄이 와 찬란한 해가 솟아오르고, 얼어붙은 대지를 녹여주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덜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 본다. 몇 주일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비가 내린다. 해님은 어디 계시나, 왜 우리를 버리셨을까, 얼른 나타나서 불쌍한 저희를 구해 주시옵소서. 해를 향해 절하는 것은 절박한 생존의 호소였다.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지 고대 태양신을 숭배한 자취를 찾을 수 있고 이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간구였다.  
 
이 세상 만물은 모두 해를 따라 움직인다. 심리적으로도 해는 중심이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태양”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민요 ‘O Sole  Mio’는 해를 간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노래일 것이다. 이 세상 오 대륙, 육 대양어디를 가든지 태양을 찬양하는 민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이 죽기 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 늙어 기력이 없다. 일과는 해를 따라 움직인다. 동이 트면 일어나고, 해를 즐기며 한나절을 보내고, 해가 져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든다. 몇 년 전 늦가을, 집에서 가까운 트레일을 걷고 있었다. 길옆에 해바라기가 멀어져가는 해를 붙잡고 있었다. 새까맣게 남은 씨, 잎사귀는 시들어 가고 꽃은 생기기 없어 보였다. 산책을 끝내고 바닷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인들이 바람을 피해 의자에 앉아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따끈따끈한차 안에 앉아 책을 읽거나 졸고 있었다. 이들도 해바라기였다.
 
지난겨울은 혹독했다. 폭설은 내리지 않았지만 몹시 추웠다.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4월이 되어도 진정한 봄은 오지 않고 있다. 찬란한 해가 나오는 날보다 검은 구름이 걷히지 않고 강풍이 부는 날이 더 많다. 동남부 지역에는 허리케인에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절망 속에 헤매고 있다. 세상도 시끄럽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때아닌 관세 전쟁으로 일상생활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먹구름이 빨리 걷혔으면 좋겠다. 밝고 따뜻한 해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최복림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