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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연극 ‘자살자’가 던진 메시지

최근 극단 LA의 연극 ‘자살자’를 관람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극단이 던진 메시지는 절망과 좌절의 심연에 놓인 인간에게 수동적인 삶의 방식을 넘어, 능동적인 삶의 선택이야말로 최선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통찰을 담고 있었다. 특히, 사랑받기만을 갈망하는 대신 타인에게 먼저 사랑을 건네는 적극적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결코 절망과 좌절로부터의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현실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방식일 뿐이다. 이러한 극의 메시지는 철학자 니체의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격언과 맞닿아 있다. 이는 우리에게 닥친 불가피한 현실을 회피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자신의 운명, 더 나아가 현재의 삶 자체를 사랑하라는 니체의 외침은 연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죽음이 삶과 늘 함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할 때,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다. 죽음은 인류에게 예외 없이 주어지는 필연적인 종착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필연적인 죽음을 섣불리 앞당겨 맞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삶의 동기를 되새기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탐닉해야 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지 않은가’라는 극중 대사는 이러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환기시킨다.
 
‘종은 누군가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고, 노래는 누군가 부르기 전까지는 노래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닫힌 마음의 빗장을 과감히 열고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사랑의 의미는 발현된다. L.A. 극단의 ‘자살자’는 바로 이러한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고달프고 좌절한 이들에게 이 연극이 건네는 메시지는 한 송이 꽃과 같고, 슬픔을 씻어주는 바람과 같으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향기와 같을 것이다. 아픈 가슴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연극 ‘자살자’의 의도에, 많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는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최청원 /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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