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유학생도 트럼프에 떤다…"연구비 중단, 박사 정원 축소"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의 바이오 관련 전공 박사후 연구원에 지원한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삭감한 탓에 아예 채용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었다. A씨는 "최종 면접까지 본 후에 내가 맡을 연구과제의 재정 지원이 동결됐다고 들었다"며 "연구분야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기후변화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등과 관련이 없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여성 스포츠에 트랜스젠더 선수를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연방정부 지원이 끊긴 펜실베이니아대는 박사과정 입학 정원을 줄였다. 이번 학기 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에 합격한 B씨는 "학과에서 예산 문제로 입학 정원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통보했다"며 "다른 학교도 합격은 했지만 펀딩(학비·생활비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해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박사 준비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지원받는 '풀펀딩'이 없으면 사실상 미국행을 포기하거나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연구원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펀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학생들을 위한 국내 기관 및 재단의 장학금 경쟁률도 이전보다 치열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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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리턴할까"…인재 유치 나선 유럽·중국

앞서 미 국무부도 유학생 약 300명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민 당국은 학생들의 친팔 집회 참여나 과거 교통 위반 기록을 문제 삼아 추방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미 정부가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SNS) 기록을 뒤져 취소 사유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학생 시위대를 겨냥해 "이런 미치광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면 우리는 비자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WP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SNS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활성화하고 캠퍼스 밖으로 나가길 꺼린다고 전했다. 예일대에 재학 중인 C씨는 "캠퍼스 내에 무장경찰이 돌아다녀 분위기가 삼엄하다"며 "혹시 몰라 지금은 안 쓰는 SNS 계정까지 찾아서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브라운대 등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해외여행 자제' 권고까지 내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유학생 추방은 더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줄이려는 수단이 아니라 연방정부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하는 수단이 됐다"고 짚었다.

유럽과 중국도 빠르게 미국 인재 유치에 나섰다. 프랑스는 아예 '과학을 위한 안전 공간(Safe Place for Science)'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학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주로 트럼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에 1500만 유로(약 243억원)를 지원하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 스탠퍼드대 등의 기관 연구원 120명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에선 칭화대, 푸단대 등이 중국 학·석사 학위가 없어도 박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입학 요건을 완화했다. 이런 가운데 수십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천민(陳敏) 퍼듀대 수학과 교수가 최근 중국으로 돌아와 신생 대학인 닝보 동방이공대의 교수직을 맡게 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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