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호랑이 장가가시는 날
시
나무토막 속, 썩은 낙엽을 들치고
동그랗게 뒹굴다 떨어진
백색 움직임
애벌레가 배밀이를 시도한다
비가 오락가락
햇빛이 들락날락
바람이 싱송생송
호랑이 장가가시는 봄
어흥 헝헝헝
신랑 호랑이 목청에
날씨가 평정되고
볼연지 찍어 바른 신부가
발그레레 입장한다
곱게 싸둔 연분홍 꽃신을 꺼내 신고
나는 하객이 되었다
들러리 입장이오
색색의 황홀한 나비떼
꽃향기 입에 문 벌떼
백색 배밀이
느그들이었어?
어흥 어흥 아항아항
결혼식이 무르익는다
홍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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