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3시간만에 유예…트럼프 입에 세계증시 출렁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세계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증시 추락으로 파랗게 물들었던 일본 도쿄 시내의 주가지수 전광판(위 사진)이 관세 유예 발표 이후인 10일 주가가 일제히 오르며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AF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11/336708f8-1a2d-4bcc-b896-5c408723deec.jpg)
그리고 9일 오후 1시18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글 몇 줄을 불쑥 올리자 증시는 폭등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57.06포인트(12.16%) 급등한 17,124.97에 각각 마감했다. 역대 두 번째 상승 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몇 줄이 지구 전체를 뒤흔든 셈이다.
시장은 치솟는 ‘붉은 기둥’으로 들떴지만,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는 관세 부과가 시작된 지 불과 13시간17분 만에 이뤄졌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의 룰’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예고도 없이 SNS로 이를 번복한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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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살때” 3시간 뒤 “관세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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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트럼프가 주가 조작”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법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대통령이 시장 조작에 가담했다는 비난에 노출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 조작에 개입하고 있다”며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대통령의 책임은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 속에서 시장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설득력은 낮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 7일 ‘루머 소동’ 당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이 가짜뉴스였다는 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뒷얘기도 다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요일이던 지난 6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관세 유예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를 유예하면 각국과 수많은 무역 딜을 하게 되므로 결코 ‘항복’이 아니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최종 결정을 했다. SNS 글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작성됐고, 베센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주식시장이 폭등한 뒤에야 기자들 앞에 나타나 “(관세 유예는) 처음부터 트럼프의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예 발표 시점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관세 정책을 주관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하원 청문회 도중 SNS 발표가 나오자 관련 질문에 “(지금) 알게 됐다”고 답했다. “USTR 대표가 논의에서 배제된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방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그리어 대표를 면담할 때도 낌새가 없었다고 한다.
10일 금융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 종가(달러당 1484.1원)보다 27.7원 오른(환율은 하락) 1456.4원을 기록했다. 전날 1480원을 뚫고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급등한 것이다. 코스피도 하루 사이 6.6%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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