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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피해서 참치살만 발라내는 노하우, AI는 흉내 못내”



권성구 동원 참치가공 명인

권성구 동원 F&B 명인(오른쪽)이 지난 4일 경남 창원의 동원 창원공장에서 직원과 얘기하고 있다. 1988년 입사한 권 명인은 “참치 살을 발라내는 일은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동원]
“사람도 키가 크고 작고, 몸이 뚱뚱하고 빼빼하고 다르잖아요. 고기도 매한가집니다. 뼈가 어디에 있을지 기계가 인식해 살을 발라내기는 어려워요.”

인공지능(AI) 시대라지만 여전히 장인의 손이 절대적인 영역이 있다. 참치캔 제조 공정이다. 권성구(60) 동원 F&B 참치가공 명인은 참치 한 마리에서 마지막 살 한점까지 발라내는 일을 반평생 해왔다. 그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참치 한 마리에는 300개쯤 되는, 크고 작은 가시가 있는데 이를 잘 발라내고 적육(붉은색)을 제거하는 데는 숙련자의 손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수율(1㎏당 살코기양)의 관건도 손 기술”이라고 말했다.

동원참치는 1982년 출시돼 지난해 말까지 누적 78억캔 팔린 국민 참치다. 국민(5100만명 기준) 1인당 153캔씩 먹은 셈이다. 권 명인은 동원 F&B 창원공장에 1988년 입사해 참치 가공 한우물만 팠다. 이유를 묻자 “참치를 다듬는 일은 늘 즐거웠다”라며 “원양어선이 쏟아내는 꽁꽁 언 참치를 보면 부자가 된 것 같았고 증기로 쪄낸 참치 향도 좋았다”라며 웃었다. 입사 때 39%이던 참치 수율이 최근 43%(1㎏당 430g)까지 꾸준히 오르는 걸 보면서 자부심도 느꼈다고 한다.

바다의 가다랑어가 식탁 위 통조림으로 변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그중 살코기 일체를 발라내는 ‘손질(클리닝)’ 공정에는 20~30년 경력의 숙련자들이 투입된다. 동원 F&B의 창원공장은 국내 최대 참치캔 생산 기지로, 일 평균 5만~6만 마리 가다랑어를 손질해 최대 80만캔의 통조림을 만든다. 회사는 생산 인력(430명)의 절반을 이곳에 배치하고 있다. 숙련자가 다듬어 낸 살을 캔에 담고, 포장하는 후공정부턴 기계가 처리한다.

권 명인은 “촉각과 시각을 온전히 참치에 집중해 살을 발라내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관으로 적정량을 캔에 담아내는 일 모두 AI가 흉내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정 자체가 습(濕)하기 때문에 장비들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명인은 동원그룹의 해외 사업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동원이 인수한 해외 계열사 생산 법인이 있는 미국, 베트남, 세네갈, 사모아 등을 돌며 ‘캔 시머(can seamer)’라고 불리는 참치 캔 뚜껑 밀봉 기술을 전파했다. 권 명인은 “현지인 직원들은 캔이 넘치도록 참치를 많이 담거나 부족하게 담다보니 참치캔 품질이 들쭉날쭉했다”라며 “가공법을 알려주며 전세계 기술자들과 친구가 됐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는 남태평양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사모아에 머무르며 참치 가공 기술을 가르쳤다. 권 명인은 “김재철 명예회장이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했던 1960년대 참치 원어를 납품했던 곳에 가서 이번엔 거꾸로 우리가 가공 기술을 전파를 하다니,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가 다녀간 자리에는 수율 향상, 실적 개선이 잇따랐다. 미국 참치 회사인 스타키스트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2008년 동원에 인수된 지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과정엔 권 명인이 전수한 손기술 역할이 컸다.

그는 “동원은 독보적인 가공 기술로 참치 1톤(t)당 채집할 살코기양이 스타키스트보다 10% 이상 많았다”며 “회사 소속 명인들의 이런 기술을 전수하고 공정 개선에 힘을 보태며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2011년 동원 품에 안긴 세네갈 스카사 역시 동원 소속 명인들이 투입돼 1인당 순살 처리량이 24㎏에서 40㎏까지 불었다고 한다.

참치와의 40년, 질릴 법도 하지만 그의 참치 사랑은 대단하다. 권 명인은 “밥 반찬은 물론, 참치를 깻잎에 양파와 싸서 안주로 먹으면 참 맛있다”며 “두 아들이 한창 크는 동안 참치를 많이 먹여서 잘 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수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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