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망설이는 사이…1조 넘보는 음식물처리기
“구매할 때는 조금 망설였는데 지금은 너무 잘 쓰고 있어요.”지난해 12월 결혼한 직장인 김모(32)씨는 신혼 살림 중 가격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으로 음식물처리기(이하 음처기)를 꼽았다. 40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그는 “맞벌이라 잔반 처리가 늘 걱정이었는데 통 안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가열·분쇄해줘 부피가 확 줄고, 집에서 불쾌한 냄새도 안 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맞벌이·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 집단 모두 가사 노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나 이틀만 둬도 냄새가 나고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처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상기온으로 여름이 길어진 점도 음처기 판매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처기 시장 규모는 2023년 1850억원에서 지난해 3300억원으로 78% 뛰었다. 올해는 5800억원, 내년에는 9400억원으로 성장해 2027년에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 브랜드 미닉스도 2023년 9월 ‘더 플렌더’라는 음처기를 출시한 후 매출이 급성장했다. 더 플렌더 매출 추이를 보면 2023년 4분기 26억원에서 시작해 2024년 분기별로 53억원→122억원→179억원→166억원을 기록하며 현재 음처기 시장 점유율 1위(약 25% 추정)에 올랐다. 미닉스 측은 “광고비를 줄여 유사 프리미엄 제품의 절반 가격을 내세운 점, 한뼘 정도되는 작은 사이즈와 국내·외 디자인상에서 5관왕을 한 세련된 외형, 기술력까지 세 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안산시와 협업해 공동주택 약 40세대를 대상으로 음처기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2020년 ‘비스포크 더 제로’라는 이름의 상표만 등록해둔 상태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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