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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유사품…中, 美 여행금지∙유학경보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한치의 양보없는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125% 관세를 부과한 데 맞서 중국은 10일 12시 1분(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제품에 84%의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는 '장군멍군' 식 관세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 9일 총 84%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125%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이에 중국은 추가 반격카드를 매만지면서 여행과 유학,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비공식 조치에도 나섰다. 2016년 한국에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를 배치했을 당시 보복 양상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우선 여행경보를 발령해 중국인의 미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지난 9일 중국 문화관광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미 관계 악화 및 미국 내 안보 상황에 따라 유커(游客·여행객)가 미국 여행의 위험을 충분히 평가해 신중히 방문하라”고 통지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의 미국 여행 금지령”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2017년 3월 3일 문화관광부의 전신인 국가여유국이 홈페이지에 ‘한국 여행에 대한 알림(提示)’을 싣고 사실상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미국산 영화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사 계열 소셜미디어(SNS) 뉴탄친은 "지난 8일 당국자에게 여섯 가지 보복 조치를 들었다"며 "미국산 영화의 수입을 줄이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30일 중국 개봉을 확정한 디즈니 산하 제작사 마블의 영화 ‘선더볼트’ 개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영화정보사이트 다크호라이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화의 중국 매출은 5억8500만 달러(약 8540억원)로 중국 박스오피스의 3.5%를 차지했다.

박경민 기자
중국인의 미국 유학 경계령도 나왔다. 이날 중국 교육부는 '2025년 1호 유학경보'를 발령하고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가 대학교육 법안을 통과시켜 중국 관련 부정적 조항이 포함됐다”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안전 위험 평가를 철저히 하고 예방의식을 강화할 것을 당부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첫 관세 발표에 중국은 구글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미 의류기업 PVH와 바이오기업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미 화학기업 듀폰을 독점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각종 '한미령(限美令)'에 지난 2016~17년 사드 보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 금지,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 영화 상영 금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제제 등 유무형의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으며 일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53년 2월 7일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1기 4차 전체회의 폐막식에서 행한 마오쩌둥의 연설을 편집한 영상을 중국 관영매체들이 SNS에 올리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위챗 캡처


마오 소환 “미국이 원하는 만큼 싸울 것”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의 연설을 이용한 선전전도 시작됐다. 38도선에서 유엔군과의 공방전이 길어지면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1953년 2월 마오는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나는 우리가 결정하지 말자고 말했다”며 “미국의 장래 어떤 대통령이든 그들이 원하는 만큼 싸울 수 있다”고 전쟁을 독려했다. 10일 중국 호북일보, 합비만보, 천주만보 등 지방 당 기관지들은 SNS에 마오의 당시 연설 영상을 올리며 “마오 주석의 72년 전 연설을 되새기며, 미국이 싸우겠다는 한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장기전을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추가 부양 등 경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9일 경제 전문가 좌담회를 소집해 “외부 충격이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충분히 예측했으며 다양한 불확실성 요소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며 “상황에 따라 적시에 새로운 추가 정책을 도입해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했다.

천보(陳波)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미·중 관세 인상이 감정적인 ‘숫자 게임’에 빠지면서 양국 무역이 실질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라며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5000% 관세가 추가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그는 “성숙한 지도자라면 ‘제로 무역’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는 중국이 강경 대응을 굽히지 않는 이유로 정권의 위신이 걸렸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강경 대응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가 국내적으로는 단결을 호소하며 지지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에는 미국의 신용 저하를 틈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이 중국산 소비재 의존도가 높고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 장기전에서 중국이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경진.조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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