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유사품…中, 美 여행금지∙유학경보도 내렸다

중국은 우선 여행경보를 발령해 중국인의 미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지난 9일 중국 문화관광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미 관계 악화 및 미국 내 안보 상황에 따라 유커(游客·여행객)가 미국 여행의 위험을 충분히 평가해 신중히 방문하라”고 통지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의 미국 여행 금지령”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2017년 3월 3일 문화관광부의 전신인 국가여유국이 홈페이지에 ‘한국 여행에 대한 알림(提示)’을 싣고 사실상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미국산 영화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사 계열 소셜미디어(SNS) 뉴탄친은 "지난 8일 당국자에게 여섯 가지 보복 조치를 들었다"며 "미국산 영화의 수입을 줄이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30일 중국 개봉을 확정한 디즈니 산하 제작사 마블의 영화 ‘선더볼트’ 개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영화정보사이트 다크호라이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화의 중국 매출은 5억8500만 달러(약 8540억원)로 중국 박스오피스의 3.5%를 차지했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미국의 첫 관세 발표에 중국은 구글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미 의류기업 PVH와 바이오기업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미 화학기업 듀폰을 독점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각종 '한미령(限美令)'에 지난 2016~17년 사드 보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 금지,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 영화 상영 금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제제 등 유무형의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으며 일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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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소환 “미국이 원하는 만큼 싸울 것”
중국 정부는 추가 부양 등 경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9일 경제 전문가 좌담회를 소집해 “외부 충격이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충분히 예측했으며 다양한 불확실성 요소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며 “상황에 따라 적시에 새로운 추가 정책을 도입해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했다.
천보(陳波)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미·중 관세 인상이 감정적인 ‘숫자 게임’에 빠지면서 양국 무역이 실질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라며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5000% 관세가 추가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그는 “성숙한 지도자라면 ‘제로 무역’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는 중국이 강경 대응을 굽히지 않는 이유로 정권의 위신이 걸렸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강경 대응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가 국내적으로는 단결을 호소하며 지지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에는 미국의 신용 저하를 틈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이 중국산 소비재 의존도가 높고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 장기전에서 중국이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경진.조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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