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예약도 마비”…사회보장국 개편에 시니어들 생활비 못 받아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전체 인력의 12% 해고
“전화 연결조차 안 돼”

8일 오전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사회보장국 사무소 입구에서 민원인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상진 기자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효율부(DOGE)’의 자문하에 단행된 SSA 구조조정으로 행정적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약 15분이면 끝났던 전화 상담이 이제는 아예 연결조차 되지 않아 종일 전화를 붙들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9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니어와 장애인들은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SSA는 전체 인력의 12%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하고, 10개 지역 본부를 4곳으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SSA는 “과다한 조직 규모를 줄이기 위한 개편”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서비스 질이 후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오류가 잦고 QR 코드로 접속해도 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LA에서 시니어를 위한 무료 진료·의료 지원 단체를 운영 중인 게보르크 아지안 대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시니어들이 온라인 로그인조차 못 해 생활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면 서비스는 사라졌고, 예약은 몇 달 후에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9일 정오쯤 둘러본 LA 한인타운 내(윌셔 불러바드와 윌튼 플레이스) SSA 사무실 앞에도 3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SSA 사무실을 방문한 김모(LA·71) 씨는 “올해부터 SSA 방문이 예약제로 바뀌면서 정해진 시간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며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인력 감축 탓인지 예약을 해도 대기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장애인 권익 단체 연합체인 AAPD(미국 장애인 협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리랜드 두덱 SSA 국장 대행을 상대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불과 9주 만에 기관의 핵심 기능을 붕괴시켰으며, 수백만 명의 수혜자가 필수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AAPD의 마리아 타운 대표는 “트럼프 취임 전에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2023년에는 약 3만 명이 사회보장장애보험(SSDI) 승인을 기다리다가 숨졌다”며 “지금은 신규 신청자뿐 아니라 기존 수혜자조차 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SSA 홍보실 측은 X(구 트위터) 등을 통해 “전화 대기 시간이 길고, 웹사이트 운영에 일부 문제가 있지만 이는 현 정부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슈”라며 “대면 서비스 직원들은 해고가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민 서비스 강화를 위해 비핵심 업무를 줄이고 직원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3월 SSA가 발표한 온라인 신분 확인 의무화 정책도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에게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SSA는 종이 수표 발급의 중단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실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만 강조해 벌어지고 있는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응급의학 전문의 스티븐 카니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에 낭비가 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지만, 도려낼 땐 칼이 아니라 섬세한 메스를 써야 한다”며 “시니어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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