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했다…연경이도, 우리도
![한국 여자배구의 별, 흥국생명 김연경 선수가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혼자 34득점을 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09/ade62166-6f97-4843-88ee-89ab3310b775.jpg)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블로킹 7개 포함 34점을 쓸어 담는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주역인 김연경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연경이 마지막으로 뛰는 이날 경기 입장권 6082장은 일찌감치 다 팔렸다. 관중석은 흥국생명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든 팬으로 가득 차 거대한 핑크빛 물결을 이뤘다. ‘김연경, 함께해서 행복했어’, ‘(잘 가) 가지 마, (행복해) 떠나지 마’ 등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일부 팬은 떠나는 김연경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울먹였다. 김연경의, 김연경에 의한, 김연경을 위한 하루였다.
경기도 명승부였다. 2승 후 2패를 당한 흥국생명과 2패 후 2승으로 기사회생한 정관장은 ‘끝장 승부’인 5차전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1~3세트가 모두 듀스로 이어졌고, 4세트도 2점 차로 끝났다. 김연경과 정관장 주포 메가왓티 파티위(등록명 메가·37점)의 득점 공방전도 팽팽했다.
2세트씩 나눠 가진 두 팀의 운명은 결국 마지막 5세트에서 갈렸다. 시소게임이 이어지던 5세트 막판, 14-13으로 앞선 흥국생명의 마지막 퀵오픈 공격이 정관장 코트 한가운데 떨어졌다. 관중석은 함성과 눈물로 뒤덮였고, 김연경은 동료들을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실감이 안 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좋은 배구를 많은 분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선수들이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자타공인 한국 배구가 낳은 불세출의 선수다. 1m92㎝의 큰 키를 앞세운 폭발적인 공격과 그에 못지 않은 철통 수비를 앞세워 데뷔와 동시에 배구계를 평정했다. 입단 첫 시즌인 2005~06시즌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고, 2009년엔 한국 선수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일본·튀르키예·중국 등 큰 무대를 누볐다. V리그에선 흥국생명에만 몸담으면서 자신이 뛴 모든 시즌에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는 존재감도 뽐냈다. 이미 정규리그 MVP 6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는데, 올 시즌에도 7번째 수상이 유력하다.
국가대표로도 굵은 획을 그었다. 유럽 리그 시절 세계 곳곳에서 거액의 귀화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꿋꿋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 4강 신화를 두 차례(2012년 런던·2021년 도쿄) 이끌면서 국가대표로 총 271경기에 출전해 498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는 본선 8경기에서 평균 25.8득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MVP에 뽑혔다.
그런 김연경이 지난 2월 13일 “올 시즌까지만 뛰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하자 V리그 전체가 예우했다. 김연경의 정규리그 마지막 원정 경기마다 각 구단이 은퇴식 행사를 준비해 V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를 열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10번을 일찌감치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김연경은 전 세계 수 백만 명의 선수와 팬에게 영감을 준 롤 모델이자 역사상 최고의 배구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제 김연경의 시계는 진짜로 멈췄다. 그는 “나는 이렇게 떠나지만, 배구 팬들이 후배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정말 행복하다. 기분 좋게 떠날 테니, 웃으면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배영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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