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급한 김정은, 中에 손짓?...中 인사들 5년 만 北 복귀

주북 중국대사관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주재 중국 지원군 열사 표양 대표처’에 근무하는 중국 인력 14명이 지난달 31일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사 중공군 추모 시설로, 올해 중국의 6·25전쟁 참전 75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신호탄일 수 있다.
북한군 파병 등으로 북·러가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한 뒤 북·중은 상대국 공식 행사에도 고위급을 보내지 않는 등 서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도 포착된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5일 7년 전인 2018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을 새삼 조명했다. “북·중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건”으로 부각하면서다. 지난달 30일에는 왕야쥔(王亜軍) 주북중국대사가 중공군 6·25전쟁 참전 75주년을 맞아 함경남도에 있는 장진호 전투 중공군 전사자 묘역을 찾아 추모하면서 양국 간 “친선 관계의 발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태세 전환이 경제난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사실상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있는 북한이 지방발전 20X10 정책, 관광업 등 김정은의 주력 사업에서 성과를 도출하려면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의료 분야의 기술을 제공하거나 해외 노동자 파견 같은 외화 벌이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교역 규모 등을 봤을 때 경제 문제에선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며 “지방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부자재 수급,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과시하는 행사에 러시아와 함께 중국 측 고위 인사가 참석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에 따른 득실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미·중 대결이 격화하며 진영 간 대립으로 치닫는 만큼 북한 관리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 시한이 내년 말로 다가오면서 조급증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시에도 김정은은 “(7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다. 이후 야심차게 제시한 새 목표마저 좌절된다면 내부적으로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목표의 성과와 관련해선 국방 분야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성과 도출이 미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농업·식량을 비롯해 경공업, 건설 등 대부분 분야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올해 1분기 경제 분야 공개활동(7회)을 2020~2024년 같은 기간 평균(3.8회)의 두 배 가깝게 나선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9차 당대회에 즈음해 선대를 넘어서는 독보적 지도자로 올라서는 것도 김정은의 목표다. 이와 관련, 북한은 6년 만에 재개한 국제 마라톤 대회의 공식 명칭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가 일대를 뜻하는 ‘만경대’를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평양 국제 마라톤 대회의 명칭을 기존 ‘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에서 ‘평양 국제마라손경기대회’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우상화와 맞물린 선대 지우기의 일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유정.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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