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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전성기

김현실 / 수필가

김현실 / 수필가

쓸데없다 싶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당신의 인생 중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그런 질문을 왜 하느냐고 핀잔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자신의 삶과 생각을 술술 풀어 놓는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 하듯 인생도 그렇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게 때로 필요할 성싶다.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20대라고 하는 분이 많았다. 뭐든 이룰 것 같은 희망이 있어 좋았으리라.
 
20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미래를 단단히 준비하고 싶다. 막연히 잘될 거라 믿으며 나태하게 사는 나를 꾸짖고 공부하겠다. 행정학 전공자로서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하고 한 발 한 발 커리어를 쌓을 것이다. 내 두 발로 서서 정서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리라. 아쉬움마저 그리움으로 남으니 나름 괜찮은 청춘을 통과했다고 스스로 토닥여 준다.
 
아이들 키울 때는 하루하루 바빴으며 죽순처럼 커가는 애들 모습에 웃음이 만발하던 시기였다.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 일을 하고 하교 시간에 맞춰 달려가 픽업했다.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곤 했는데 방송에서 나온 말이 가슴에 남았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를 생각해 보라 했다. 여성의 경우는 32세에서 35세며 남성은 35세에서 38세 정도라 했는데, 그 근거를 뭐라 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미래를 설계할 젊음이 있어 좋다고 하지 않았을까.
 
일용할 양식을 위해 땀 흘리며 아이들이 성인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 길에 꽃밭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눈물을 수없이 받아내며 40, 50대를 통과했다.
 
백세 시대를 맞아 105세 된 김형석 교수에게 시선이 간다. 그의 저서 ‘백 년을 살아보니’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창 머물렀다. ‘백세 철학자의 행복론’ 등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는 백세를 살아보니 60대, 65세가 가장 행복했고 빛났다고 토로한다. 글을 잘 썼고 생각하는 힘도 고매했다고 고백한다. 어느덧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가장 행복하다는 나이라는데 공감한다.
 
최근 일이다. ESL 수업을 같이 받는 70대 언니들에게 물었다. 전성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은퇴하고 공부하는 지금이 좋다며 함박웃음을 건넸다. 건강이 허락하여 다양한 취미 활동과 함께 오롯이 당신 삶에 집중하는 지금이 좋단다.
 
과실나무는 열매 맺을 때가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인생 열매 맺는 노년기가 가장 가치 있는 때라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환갑을 치르고 난 후, 나는 노년기를 준비하는 한 살배기라고 주위에 말하곤 한다. 마주하는 좋은 때, 노년기를 잘 가꾸려 한다. 나답게 살아갈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사용하려 한다. 실패와 시행착오마저 끌어안으며 전성기로 펼치려 한다. 70세를 넘기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를 영상으로 만났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멋지게 연주하는 90세를 훌쩍 넘긴 그분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인생은 늘 ‘ing’,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전성기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김현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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