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약한 고리' 노출하나…美패트리엇 중동 '돌려막기'에 군은 "확대해석 경계"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방공체계인 패트리엇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대북대비태세를 둘러싼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가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져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고도 15∼40㎞의 하층부를 방어하는 패트리엇(PAC-2·PAC-3)은 고도 40∼150㎞를 담당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함께 주한미군의 대표적 한반도 방공 요격체계로 꼽힌다. 여기에 한국 군의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등이 다층 방어망을 이루고 있다. 2027년 고도 50∼60㎞ 중·상층을 맡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실전 배치되면 더욱 촘촘한 방공망이 형성될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를 놓고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 압박 등 기존 트럼프의 언급과 맞물려 한반도 안보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순환 배치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향후 한반도에 재배치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공개된 미 국방부의 기밀 문건인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는 미국이 대중 견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동맹국들에게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주한미군 역할이 동북아로 확대되면서 중동 등 전 세계로 재배치되면 한반도 안보 공백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동맹을 느슨하게 만드는 약한 고리가 노출됐다는 점까지 부인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단순 순환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패트리엇은 '신속 배치'의 개념으로 미국이 운용하는 자산"이라며 "한반도보다 중동 상황이 급하니 잠시 돌려서 활용한다는 의미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 역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자는 "기갑여단 같은 주한미군 전력을 순환배치 한 전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패트리엇 순환배치 이후에도 한·미의 대비태세는 100%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근평.정영교.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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