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난 불 이듬해에야 완전 진화…달라진 기후, 달라진 불[BOOK]
존 베일런트 지음
제효영 옮김
곰출판
조엘 자스크 지음
이채영 옮김
필로소픽
최근의 한국 산불처럼 초대형화하고 있는 임야화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진화와 통제가 어려운 대재앙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식으로 파괴력이 강력해진 산불은 지구 온난화, 건조화 등 기후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파이어 웨더』는 임야화재가 핵폭탄급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중심으로 그 원인을 추적하고 정밀분석한 화제작이다. 저널리스트 존 베일런트가 지은 이 책은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 화재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대형 임야화재의 특성과 문제점, 과제 등을 세밀하게 짚었다.
포트맥머리는 세계 석유 생산량 4위, 수출량 3위인 캐나다의 석유산업 중심지다. 2016년 4월 마지막 날 발화된 ‘맥머리 임야화재 009호’는 미증유의 기세로 확산해 이듬해 8월에야 극적으로 불길이 완전히 잡혔다. 불에 탄 임야는 59만6000㏊로 의성, 산청 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지난 3월 한국 산불 피해면적의 12배에 달했다.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화석연료의 생산지인 포트맥머리가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일어난 거대 산불로 거주 시민들을 대거 몰아낸 비극의 현장이 된 것이다.
파이어 웨더(fire weather, 화재 기상)는 기온과 상대 습도, 숲의 연료 부하, 그 연료 부하 중 수분 비율의 동적인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다. 포트맥머리 소방서는 파이어 웨더의 위태로운 상황은 인지하면서도 불길이 방어선을 넘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돌풍과 이미 데워진 산소가 불길에 강력한 에너지를 더하자 불은 빼곡한 아한대림 숲으로 둘러싸인 강변의 비탈을 따라 언덕 꼭대기까지 훌쩍 치솟았다. 하층 제트가 공급하는 공기와 산소는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 위로 쏟아져 내렸다. 지역 전체가 거대한 컨벡션 오븐이 된 것이다. 아마겟돈이 실제로 있다면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다. 포트맥머리 주민들은 불가항력을 피부로 느낀 아나그노리시스(깨달음)의 순간을 맞았다.
아한대림에서 피어난 이런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건 날씨 변화, 거대한 호수, 바다뿐이다. 이 불과는 맞설 방법이 없고 시간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목표가 화재 진압에서 인명 구조로 바뀌는 이 전환은 미국 캘리포니아, 그리스, 호주, 포르투갈까지 21세기 도시 화재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상학자들이 화재 적란운이라 부르는 소나기구름은 규모가 엄청 방대하다. 일산화탄소, 사이안화수소, 암모니아, 오염물질, 방대한 양의 탄소와 미립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높은 고도까지 전달하는 시스템이 된다. 성층권 하부에 도달하면 연기기둥 내부의 에어로졸과 미립자들은 극지방에서 고속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하는 제트기류에 실려 전 세계로 운반될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화재 적란운은 이제 포트맥머리 등 전 세계 어디서나 형성되고 있다. 한 주민은 “포트맥머리에 핵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했다.
불을 다루는 기술과 화석연료로 지구를 지배해 온 인류는 이제 불로 인해 종말론적 대재앙 같은 화재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너지원인 탄화수소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려온 인류는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불에 더 취약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 세상이 불타기에 적합한 기후로 바꿔 놓은 ‘호모 플라그란스(불태우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리포트다. 불은 마음도 없고 영혼도 없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불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는 길뿐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지은이는 기후는 급격히 변하는데 인간은 이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숲이 불탈 때』의 저자인 프랑스 철학자 조엘 자스크는 “한편에서는 단일림을 조성하는 등 숲을 철저하게 착취하면서 기후 위기를 촉발시켰고, 다른 한편에서는 숲을 방임해 고목과 같이 타기 좋은 물질이 축적되는 데 일조해 지구는 전례 없이 불타기 좋은 상태가 됐다”며 “인간은 이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자연과 적극적인 공생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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