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상원아, 뭘 더 어쩌겠냐" 노상원 "살길 찾아야죠" [계엄, 그날의 재구성②]
국회가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것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해제 선포는 3시간여 뒤인 오전 4시 27분에야 이뤄졌다. 그 사이 약 3시간3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검찰·경찰·공수처 등의 전방위 수사로 민간을 중심으로 한 ‘계엄 배후 세력’의 전모도 드러나고 있다. 당시 현장의 군 고위 관계자들을 포함해 10여 명의 군·경 관계자와의 인터뷰, 수사기관 진술 등을 종합해 그날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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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실 회의’ 뒤 김용현·노상원 수차례 통화
착잡한 공기 속에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 “거봐, 부족하다니까. 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떡할 거야”라고도 했다. 기존 국회 투입 병력(500여명)의 2배를 보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 국회법 법령집을 찾아본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박 총장 등 극소수만 남긴 채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대통령이 떠난 뒤 김 전 장관은 결심실에서 여러 사람과 통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계엄 기획자’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예비역 소장)과는 오전 1시쯤과 3시쯤을 포함해 수차례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나눴던 기록이 나왔다. 두 사람의 통화 가운데는 김 전 장관이 “응, 상원아” “이제 뭘 더 어떻게 하겠냐…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됐다”는 체념조로 말을 건넨 경우도 있었고,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살길을 찾아야죠”라는 취지로 말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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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4사령관 회의서 “중과부적…최선 다했다”
김 전 장관은 5분 회의에서 사령관들에게 “(국회·선관위 등) 현장에 투입됐던 장병들이 복귀하면 잘 격려해주라”며 “모든 책임은 장관이 지겠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통제권자 명에 의거해 노력했다” “중과부적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등의 당부를 전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녹취를 확보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계엄 해제 국무회의 참석차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 계엄 해제를 발표하며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으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3분 뒤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
4일 오후 점심을 마친 김 전 장관은 1시쯤 윤 대통령 관저를 찾은 뒤, 5시쯤 국방부에서 김선호 차관, 전하규 대변인 등과 함께 국회 국방위원회 대비 회의를 했다. 공수처 등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회의에서 “제가 대통령께 헌법·계엄법을 근거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 “건의 배경은 대통령 담화문에 다 있다” “계엄 전 상의 상대는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 “국회 투입 병력은 공포탄을 휴대했고, 실탄 개인 지급은 없었다”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 체포 지시에 관해) 구체적인 병력 운용을 모른다” 등의 답변을 논의했다. 김 전 장관은 이튿날 오전 8시 30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김 전 장관의 사의에 따라 면직이 재가됐다”고 밝히면서 국방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지난해 방첩사 간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당시 합참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결심실에서 김 전 장관과 박 전 계엄사령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다 내보낸 뒤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법령집을 찾아본 것도 이와 관련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간부는 이런 내용을 비화폰 단체대화방을 통해 공유했다가 외부로 유출될까 두려워 삭제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수처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2차 계엄 논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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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회동’ ‘판교 회동’…예비역 OB들, 계엄 주축이었나



국회를 거쳐 공개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용현 장관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45분 국방부 인사기획관을 불러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을 제2수사단장에 임명하는 등의 내용의 ‘국방부 일반명령’ 문건을 건네며 “이대로 인사명령을 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기획관이 문건에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차량과 물품 지원 등 인사와 무관한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거부함에 따라 수사2단 설치 계획은 무산됐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김정민.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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