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시시각각] 헌재 판결은 정치개혁의 서막 돼야

이와 관련해 줄기차게 제기되는 이슈가 개헌이다. 권력독점의 폐단을 안고 있는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분권적 형태의 권력구조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당연히 옳은 얘기고 정치권이 나아갈 방향이다. 다만 문제는 개헌이 거대 담론이어서 막상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중구난방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개혁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개헌 논의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단기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개혁 과제도 함께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개헌까지 안 가도 손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개혁 과제 중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이다. 한 선거구에서 1위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이라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민심과 의석의 괴리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5%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45.1%였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는 161대 90으로 터무니없이 큰 차이가 났다. 명백한 민심의 왜곡이다. 이게 비상계엄의 부분적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선거제도만 손봐도 많은 게 바뀌어
중대선거구로 다당제 기반 만들고
결선투표로 민주적 정당성 높여야
중대선거구로 다당제 기반 만들고
결선투표로 민주적 정당성 높여야
대통령선거에선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1987년 개헌 이후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51.6%)이 유일하다.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면 정권 출범부터 정치적 토대가 약할 수밖에 없다. 사전투표 대신 예비선거를 하고 예비선거 1ㆍ2위 후보끼리 결선투표를 벌이면 구조적으로 늘 50%가 넘는 득표율의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는 셈이다. 특히 그동안 대선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후보 단일화’와 같은 지저분한 뒷거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4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거리에 경찰이 차벽을 세워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04/f27e7fa1-d4fa-4862-a07a-e028dd001980.jpg)
일각에선 헌법 67조2항에 동점자 규정이 있는 건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원칙을 전제한 것이어서 결선투표가 위헌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67조2항을 결선투표에 적용하는 규정으로 재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상 발생 가능성이 0인 경우에 대비한 무의미한 규정 때문에 개혁을 포기하는 건 지나친 형식주의 같다.
국회에선 무기명 투표를 대폭 늘리면 좋겠다. 지금은 대부분 기명 투표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당론을 거스르기가 어렵다. 지도부가 결정한 당론에 반대하면 다음 총선 때 공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지도부 거수기 노릇밖에 못 하니 의원 수를 대폭 줄이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빼고 대부분의 표결을 무기명으로 진행하면 의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 진영 간 크로스보팅이 활성화되면서 소모적인 정쟁이 감소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싹트게 된다.
이처럼 선거ㆍ투표 제도만 손봐도 많은 게 바뀐다. 여야는 5년도 못 가는 권력 놀음에 함몰되지 말고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할 때다.
김정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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